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종전안 핵심인 영토 문제에선 이해 당사국 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담판을 벌였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내년 2월 24일이면 전쟁이 발발한 지 만 4년이 되는 가운데 휴전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종전에 관해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며 “앞으로 논의가 잘된다면 수주 내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이 합의까지 얼마나 가까이 왔느냐’는 질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가까워졌다”며 95%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종전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매우 가까이 와 있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안전 보장은 100% 합의됐다”며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간 안보 문제도 거의 합의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시간 넘게 통화했다며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회담 뒤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유럽 주요국 정상과 통화하고 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8개 항목의 평화계획 초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 국가들과 종전안을 조율해왔다. 최근 종전 협상이 진전되는 분위기지만 핵심 쟁점에 관해서는 여전히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두 가지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며 “이건 하루짜리 협상이 아니라 복잡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통제하는 영토는 자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협상으로 영토 지위 변경을 논의해도 국민투표 등 민의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절충안으로 돈바스 일부에 비무장지대 및 자유경제구역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럽 최대 원자력 시설인 자포리자 원전 처리 문제 역시 핵심 쟁점 사항이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며 냉온 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합작 투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원전에서 나오는 전력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은 이미 러시아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3자 회담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그럴 수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정상을 내년 1월 워싱턴DC로 초청하는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번에도 협상에 진지하게 참여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대니얼 프리드 전직 미국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안보 등에서 이룬 진전은 긍정적이지만 러시아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돈바스 영토 포기를 종용하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정치적 폭발이 일어나 젤렌스키 정부가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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