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한기엔 친환경 제설제의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제설제보다 2~4배 비싼 제품인데도 도로 안전을 더 위협할 가능성도 거론됐다.29일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친환경 제설제 적정 성능 기준 정립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친환경 제설제는 기존 염화칼슘이나 소금 제설제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 등을 방지하기 위해 염화칼슘과 소금 대신 아세트산염 등 저염분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설제를 말한다. 연구진이 시중에 유통 중인 친환경 제설제 12종의 융빙(얼음 녹임) 성능을 분석한 결과 살포 직후에는 대부분 환경부의 기준 물질(소금)을 웃도는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영하 12도 이하 혹한기에는 제설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 친환경 제설제는 영하 12도와 영하 15도에선 시간이 흘러도 얼음이 더 이상 녹지 않는 ‘성능 정체’ 현상이 확인됐다. 제설제 살포 15분 이후 녹은 얼음양과 60분 이후 녹은 얼음양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가 발생한 주된 원인이 제설제가 뿌려진 직후 눈이 녹아 생성된 물(융빙수)이 다시 얼어붙는 재결빙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로에 제설제가 살포되면 얼음이 녹지 않고 도로에 얇은 얼음 막(블랙아이스)이 형성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엔 이런 현상이 차량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친환경 제설제 가격은 일반 제설제보다 2~3배가량 비싸다.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거래되는 제설제 단가에 따르면 일반적인 중국산 소금은 t당 13만~15만원 선, 염화칼슘은 20만~25만원 선에 거래됐다. 환경부 인증 친환경 제설제는 t당 40만~55만원 선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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