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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해외 이주에 따른 과세 문제,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거나 그 나라의 시민권자인 자녀들에게 국내외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의 과세 문제 등에 관한 자문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등에 대한 직접 투자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해당 투자자가 사망해 자산의 상속이 이뤄질 땐 해당 자산의 소재지에서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해외 투자나 경제 활동 규모가 커진 덕분일 수도 있겠고, 일부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상속·증여세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해외 거주자나 해외 재산의 상속·증여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반드시 알아 둬야 할 세무 상식, 혹은 알아 두면 좋을 세무 상식을 짚어보고자 한다.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자면 신고해야
상속·증여세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피상속인(또는 증여자)이나 상속인(또는 수증자)이 우리나라 거주자인지다. 그 여부에 따라 상속·증여세 신고 여부, 신고 의무자, 과세 범위 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거주자'란 국적이나 시민권과는 구별되는 세법 고유의 개념으로, 본인의 체류 일수와 거주 형태뿐 아니라 가족 관계, 직업, 소득, 재산의 소재지나 규모 등 생활 관계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피상속인이나 상속인 중 어느 한 명이라도 국내 거주자라면 한국에 상속·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신고 대상이 되는 범위는 상속세와 증여세 간에 큰 차이가 있다. 상속세의 경우 상속인이 국내 거주자라도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당시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면 국내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신고하면 된다. 증여세는 다르다. 수증자가 국내 거주자라면 국내 재산뿐 아니라 해외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에도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하고, 이는 증여자가 증여 당시 국내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아들이 국내 거주자이고 아버지가 미국 거주자인 경우를 가정해 보자. 아버지가 사망해 아들이 상속받는 해외 재산에 대해선 우리나라에 상속세를 신고할 필요가 없지만,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생전에 해외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엔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증여세는 수증자를 기준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을 택한 반면,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국회에서 상속세도 상속인 각자가 실제로 상속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해 증여세와 과세 체계를 맞추자는 상속·증여세법 개정 논의가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민 가면 끝?…'Exit Tax' 따라붙는다
거주자가 해외로 이민 가면서 재산도 해외로 전부 이전한 경우 한국엔 상속세를 전혀 신고하거나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상속·증여세가 아예 없거나 면제 한도가 높은 나라로 이민 가는 경우 전 세계 어디에서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 기본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다만 일정한 유형의 재산에 대해선 이민 가는 즉시 국외전출세를 납부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흔히 'Exit Tax'라 불리는 국외전출세는 국내 거주자가 이민 등으로 국외 전출하는 경우 국외 전출일에 국내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제도다. 거주자가 비거주자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내 과세권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에 도입됐다. 현재는 대주주가 보유한 국내 주식에 한해서만 국외전출세가 과세되고 있으나 거주자의 해외 주식 보유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국내외 주식 보유자 간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2027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국외전출세 과세 대상에 국외 주식이 포함될 예정이다. 국외 주식의 경우 국내 주식과 달리 대주주 여부를 따지지 않고 국외전출세가 과세된다. 상속·증여세 납부 시 외국납부세액공제가 가능한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외국에서 이미 납부한 세금을 국내에서 납부할 세금에서 공제해 국제적 이중 과세를 방지하는 제도다. 해외 재산의 소재지국에서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해당 재산이 우리나라에서 상속세·증여세 신고 대상이라 할지라도 해당 국가에서 납부한 세액은 빼고 납부하면 된다.
앞서 짚어 본 사항들 외에도 복잡하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고, 세법은 매년 지속해서 개정되고 있다. 현재 또는 장래에 해외 이주나 해외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상속·증여시 부담하게 될 세금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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