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흔한 수법이고 예전부터 뉴스에 많이 나왔는데 모르셨나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예약 사기 수법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
자영업자 A씨는 성탄절 다음날 오랜만의 단체 손님 예약 전화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예약자 B씨는 "사장님이 좋아하는 중국 술이 있는데 구해줄 수 있느냐"면서 한 주류회사 명함을 전달했다.
B씨가 알아본 술값은 자그마치 300만원. 주류업자는 "업소에서 판매할 때는 450만원 정도 받으면 된다"고 답했다. 150만원 정도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혹한 A 씨는 300만원을 주류회사가 안내한 통장으로 입금했다.
잠시 후 B씨는 다시 매장에 전화를 걸어와 "중국 손님이 몇 분 갈 거다. 술을 더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침 다른데 쓸 여윳돈을 가지고 있던 A씨는 매장을 찾은 사장님이 술값을 입금해줄 거라는 말만 믿고 총 700만원을 입금했다.
약속한 시각에도 손님은 오지 않았고 보내주기로 한 술 또한 도착하지 않았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A씨는 파출소에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금융기관에 출금정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이 아닌 물건으로 사기당한 건은 지급정지가 안 된다는 답만 들었다.
A씨가 "잠시 돈에 눈이 멀어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글을 쓰자 다른 자영업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체 손님 예약하고 고가의 술 주문 및 입금을 요청하는 수법이 이미 여러 차례 해당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공중파 등 뉴스를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글에는 "이거 계속 올라오는 사기 수법이다", "똑같은 스토리 그대로 게시물이 한 두 번 올라온 게 아닌데", "뉴스에도 몇 번이나 나왔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A씨는 "뉴스를 안 봐서 몰랐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런 일 당하는 사람이 바보 같다고 생각됐는데 단체 손님 예약을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욕심이 생겨 바보가 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뉴스만 자주 봤어도", "좀 지난 보이스피싱 수법이라 다들 아는 줄 알았는데 정말 속상하다", "바빠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듣고 살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자영업자는 "관공서 사칭, 군부대 사칭, 연예인 소속사 사칭하며 대리구매 하는 건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혹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요즘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서 힘든 자영업자들을 노린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도 한 한우 전문점에 비슷한 내용의 단체 예약 전화가 왔다.
C씨는 자신을 한 영화 촬영팀의 막내라고 소개하며 150만원 상당의 고기를 예약했다. 그리고는 방문 당일 다시 전화를 걸어 유명 배우의 요청이라며 90만원 상당의 와인 8병을 대신 사달라고 요청했다. 이때도 주류업체의 연락처를 공유했다.
피싱 사기범이 알려준 주류업체는 가격을 깎아주겠다며 차액을 남기라는 달콤한 유혹까지 했다. 하지만 미심쩍었던 한우 업체 사장이 소속사에 해당 내용을 문의하자 모두 사기라는 것이 드러났다. 자칫하면 고깃값은 물론 700만원이 넘는 주류비용까지 날릴 뻔했다.
업종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피싱 사기 속에, 자영업자들은 손님의 주문 전화마저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편 최근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을 정식 직제화하고 금융증권범죄 수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9일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된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을 내년 상반기 합동수사부로 정식 직제화하기로 했다. 합수단은 임시 조직인 만큼 정식 부서로 개편해 보이스피싱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해 2022년 7월 출범한 합수단은 그간 1053명을 입건해 401명을 구속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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