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신체 적응력이 떨어져 감기뿐만 아니라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파에 심장과 뇌혈관 등 우리 몸 내부의 혈관 시스템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어 고령자와 심혈관계 질환 병력자는 주의가 요구된다.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 원인이 돼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질환으로 저체온증, 동상, 동창이 대표적이다. 대처가 미흡한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령자는 체온 유지 기능이 약한 민감군으로 날씨가 추울 때는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만성질환자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출하기 전 체감온도를 확인하고, 보온을 위해 내복이나 얇은 옷을 겹쳐 입어 바람을 막고 공기층을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하면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위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온이 내려간 아침 시간대 야외활동은 가능한 한 자제하고 몸을 갑자기 무리하게 하는 운동이나 작업은 피해야 한다. 특히 노약자는 실외뿐만 아니라 난방이 적절하지 않은 실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추위에 취약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들은 한파 대비 건강 수칙을 잘 숙지하고 준수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특히 한파 특보 발령 시 외출 등 야외활동 자제가 필요하며, 보호자들도 고령의 어르신이 한파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살펴봐 달라”고 강조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심근경색 위험도 커진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 심장이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은 혈액 내 점도(끈끈함)를 증가시키고 혈소판 활성화 및 응고 경향을 높여 혈관 내 혈전이 생기기 좋은 상태가 된다.
최규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저체온 상태에서는 심장 폐 뇌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받으면서 심혈관계에 더 큰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심뇌혈관질환 발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심근경색증 발생 건수는 3만4969건으로, 남성(2만5944건)이 여성(9025건)보다 약 2.8배 많았다. 심근경색증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68.2건이었다. 연령별로는 80세 이상에서 327.5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고령층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근경색의 대표적 증상은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흉통)이다. 환자들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뻐개질 듯 아프다” “숨이 막힌다” 등으로 표현한다. 통증은 가슴 중앙에서 시작해 어깨 팔 턱으로 퍼지는 방사통이 동반되며,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협심증은 활동을 멈추면 통증이 5분 이내에 사라지지만, 심근경색은 30분 이상 지속되고 휴식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 치료가 늦어지면 심장 근육이 손상돼 심부전이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이 의심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증상이 시작된 후 가능한 한 빨리 막힌 혈관을 열어야 심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나래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며 “병원에 도착하면 심전도와 혈액 검사를 통해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하고, 항혈소판제 투여 등 초기 처치가 즉시 이뤄진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자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환자들은 변화에 대한 대처력이 약하고, 야외활동 시 빠르게 체온을 잃을 수 있다. 한파 때는 단순 감기나 동상만이 아니라 심장·뇌혈관계 질환 위험도 커진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등에 의해 갑자기 막혀 발생하는 질환이다.
찬 기온으로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가면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가능성이 증가한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혈관 수축 및 혈압 상승은 기존 관상동맥 협착이 있는 환자에게 더 큰 증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최 전문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 또는 심혈관계 병력이 있는 분들은 한파에 노출되면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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