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던 은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온스당 80달러를 돌파한 직후, 하룻밤 사이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
29일(현지시간) 은 선물 가격은 야간 거래에서 트라이온스당 8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지만, 이후 급락하며 이날 7% 하락한 71.79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최고점과 최저점 기준으로 보면 하루 변동 폭은 15%에 달한다. 이는 2020년 8월 16.85% 급락 이후 가장 큰 하루 변동이다.
자산운용·투자자문사인 KKM 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적인 움직임”이라며 “이처럼 큰 변동성은 오랜만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급락은 연말을 앞둔 차익 실현과 세금 절감을 위한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연말 포지션 정리에 나선 투자자들이 가격 조정을 촉발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은 가격은 연초 대비 여전히 14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은은 2025년 초 트라이온스당 20달러 초반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이 같은 급등으로 은은 올해 금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 역시 강세 흐름을 이어왔다. 2월물 금 선물은 이달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온스당 4550달러를 돌파했으며, 연초 대비 상승률은 60%를 웃돈다. 다만 이날 금 선물 가격도 4.6% 하락하며 조정받았다.
전문가들은 은과 금의 급등 배경으로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국 재정적자 확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꼽는다. 두 금속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며,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경우 헤지 수단으로 수요가 늘어난다. 달러 약세는 비달러권 국가들의 구매 부담을 낮춰 추가 수요를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태양광 패널,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산업용 수요 확대도 은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킬버그는 이러한 상승 요인이 2026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은 가격이 트라이온스당 90달러, 나아가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가격 대비 각각 약 27%, 40%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조정은 연말에 나타난 일시적인 숨 고르기”라며 “금과 은 모두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궤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면의 구조적인 제약과 강한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며 “랠리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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