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과징금 제재를 대폭 강화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담합 등 핵심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상한을 EU·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반복 위반 기업에는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30일 공정위는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 같은 개편 방향을 확정했다. 기업에 대한 형벌 부담은 줄이되, 금전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 불공정거래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유지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은 현행 관련 매출액의 6%에서 20%로 대폭 상향된다. 이는 EU의 과징금 산정 구조를 참고한 것으로, EU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30% 범위에서 기본 과징금을 산정한 뒤 위반 정도에 따라 가중·감경한다. 일본의 과징금 상한은 15% 수준이다.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도 현행 20%에서 30%로 높아진다. 디지털 분야 불공정거래행위는 과징금 상한이 4%에서 10%로 상향되고,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한도 역시 2%에서 10%로 확대된다.
‘경제력 집중 억제’ 관련 제재도 새롭게 정비된다. 지주회사와 대기업집단의 탈법 행위,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규정 위반 등 4개 위반 유형에 대해 과징금 제재가 신설된다. 기존에는 시정조치와 형벌 중심으로 규율했으나, 형벌 폐지에 따라 과징금 중심의 제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과 고시 개정도 같은 기간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초 연구용역을 발주해 EU·미국 등 해외 과징금 산정 사례를 점검하고 세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의 무게중심이 형벌에서 과징금으로 옮겨가면서,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법 준수 부담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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