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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적마의 질주 : 4인 4색 총수들이 그려낸 ‘초불확실성’ 돌파의 미학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입력 2026-01-04 06:04   수정 2026-01-06 09:36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26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AI발 기술 패러다임의 급변이 맞물린 ‘초불확실성’의 해다. 국내 재계 ‘톱4’ 총수들의 행보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각 그룹의 생존 본능을 담은 브랜딩 전략으로 진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화려한 수사 대신 현장의 먼지를 털어내며 ‘기술 본원적 경쟁력’에 몰입하는 결단력을 보여준다. 별도의 대외 발표 없이 주요 계열사 CEO들과의 비공개 만찬으로 새해를 시작하며 초격차 전략 수립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으로서 ‘기업가 정신이 성장의 동력’을 이끄는 ‘공적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룹 내부 리밸런싱을 마무리하며 변화에 유연한 태도를 강조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진출 40주년을 기점으로 ‘품질의 현대’를 넘어 ‘글로벌 모빌리티 명가’로 쐐기를 박으려는 기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복합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누구보다 빠른 ‘디지털 속도전’으로 조직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구 회장은 크리스마스 전 신년 메시지를 전파해 구성원들이 새해 실행을 선제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Appearance
슈트와 방진복 사이의 미학, 비주얼로 쓴 경영철학


최근 총수들의 외양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지향점을 투영한다. 이재용 회장의 시각적 브랜딩은 ‘현장’과 ‘본질’이다.

화이트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을 살피는 모습은 삼성이 처한 기술적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시각화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은 ‘개인’보다 ‘기술 삼성’이라는 가치를 앞세운다. 반면 신중한 표정과 안경은 전통적인 스마트 엘리트의 신뢰감을 유지한다.

최태원 회장의 비주얼 키워드는 ‘에너지’와 ‘소통’이다. 강렬한 오렌지색 타이는 2026년 병오년 ‘붉은 말(赤馬)’의 해를 상징하듯 뜨거운 열정을 시각화한다.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은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국가대표 스피커’로서의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정의선 회장은 ‘노련한 사령관’을 떠오르게 하는 은발의 짧은 커트와 얇은 테 안경은 진취적이면서도 결단력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사선 스트라이프 타이는 역동성을 상징하며 지시를 병행하는 포즈는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현장 경영’의 의지를 보여준다. 자동차 보닛 위에 직접 서명하는 손길은 ‘무결점 품질’에 대한 약속과 닮아 있다.

구광모 회장의 이미지는 ‘정제된 실용주의’다. 짙은 네이비 슈트와 버건디 타이의 조합은 젊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모서리가 둥근 뿔테 안경은 유연하고 수평적인 사고방식을 시각화하며 깍지 낀 손으로 경청하는 자세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LG의 철학을 보여준다. 깔끔하게 피팅 된 슈트는 군더더기 없는 경영 스타일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브랜딩 도구가 된다.




Behavior
침묵하는 사자와 질주하는 말,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의 태도


이재용 회장은 ‘침묵의 몰입’을 선택했다. 화려한 연단 대신 클린룸을 찾아 기술 경쟁력을 점검하는 행보는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하겠다는 의지다. 임직원에게 휴식을 권하면서도 본인은 비공개 만찬을 하며 ‘초격차 전략’을 가다듬는 모습은 리더가 보여줄 수 있는 품격 있는 솔선수범이다.

최태원 회장은 ‘연결과 확장’에 주력한다.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을 제안하는 거시적 안목을 보여준다.

정의선 회장은 ‘뿌리 깊은 혁신’의 태도를 견지한다. 관세 장벽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가격 인상 대신 현지 생산 확대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라는 정공법을 택하는 모습에서 위기 때 빛을 발하는 현대가 특유의 뚝심과 유연한 대응력을 엿볼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의 행동 방식은 ‘기민한 선점’이다.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발표하는 관행은 속도가 경쟁력인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AI 전환(AX) 가속화와 수익성 중심의 ‘이기는 R&D’를 강조하며 직접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모습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파괴해 혁신하려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Communication
영상 속 AI 전문가와 만찬장의 전략가, 소통 채널이 곧 메시지


이재용 회장이 대중 노출을 최소화하고 핵심 의사결정권자들과 깊이 있는 토론을 선호하는 방식은 불확실한 시기에 조직 기강을 잡고 실무 중심의 결론을 도출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현장에서 나오는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짧고 묵직한 당부는 수만 줄의 신년사보다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다.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에서 정부와 사회를 향해 명확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며 기업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대변하는 ‘재계의 맏형’다운 페르소나를 강화한다.

정의선 회장은 ‘헤리티지 기반의 감성 소통’을 펼친다. 선대 회장들의 신념을 언급하는 방식은 조직원들에게 단순한 노동이 아닌 ‘역사의 계승’이라는 자긍심을 부여한다.

구광모 회장은 ‘디지털 친화적 투명성’을 소통의 핵심으로 삼는다.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하겠다는 감성적 접근 역시 지속 가능한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는 메시지다.

2026년 4인의 총수가 넘어야 할 마지막 허들


2026년 이재용 회장에게는 ‘기술 삼성’의 자존심 회복과 실적 반등이 지상 과제다. HBM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라는 성적표가 그의 침묵 리더십을 ‘신의 한 수’로 평가받게 할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AI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담론을 그룹의 구체적인 수익 모델로 안착시키는 동시에 민관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규제 혁파를 끌어내는 수완을 보여줘야 한다.

정의선 회장은 관세 파고를 넘어 ‘혁신적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글로벌 위상을 굳건히 해야 한다. 위기에 강한 현대차의 DNA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광모 회장은 ‘차별적 고객 가치’가 관념적 구호를 넘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독보적인 ‘이기는 제품’으로 연결됨을 증명해야 한다.

리더의 이미지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자신의 철학을 정교하게 녹여낸 고통스러운 브랜딩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붉은 말의 에너지처럼 4인의 총수가 보여줄 변화가 대한민국 경제에 역동적인 숨을 어떻게 불어넣을지 기대와 함께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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