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들어 채용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사업체 채용 계획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4000명 감소했다.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과 구인 인원도 동반 하락했다.
고용노동부가 30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구인인원은 120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채용인원도 110만5000명으로 5.8% 줄었다. 특히 구인 감소폭(-9만 명)이 채용 감소폭(-6만8000명)보다 더 컸다. 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았음에도 뽑지 못한 '미충원인원'은 10만1000명으로 17.7% 감소했고, 미충원율도 8.4%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사람을 못 구해서’ 채용을 못 하는 상황이 아니라, 아예 채용 수요 자체를 줄인다는 의미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과 도매·소매업 구인인원은 각각 전년 대비 1만6000명 감소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은 1만4000명, 건설업은 1만 명 감소했다. 채용 역시 도소매업(-1만4000명), 사업시설관리업(-1만3000명), 제조업(-1만 명), 건설업(-8000명) 순으로 줄었다. 반면 교육서비스업과 금융·보험업만 각각 3000명씩 구인이 늘었고 채용 인원도 각각 3000명, 2000명씩 늘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선방했다.
직종별로도 채용 위축이 전방위로 나타났다. 경영·행정·사무직 구인은 1만9000명 감소했고, 영업·판매직은 1만3000명, 음식 서비스직은 1만1000명 줄었다. 채용 역시 사무직(-1만6000명), 영업·판매직(-1만2000명), 음식 서비스직(-1만1000명), 건설·채굴직(-8000명) 등 주요 직종 전반에서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충격은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구인은 103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만500명(8.4%) 감소했고 채용은 94만5000명으로 7만5000명(7.3%) 줄었다.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구인이 2.9% 증가했고 채용도 4.0% 늘어났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대기업은 인력을 확보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채용을 급격히 줄이는 구조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꼽은 미충원 사유를 조사한 결과 ‘사업체가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 26.9%로 가장 많았고,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아서’가 20.5%로 뒤를 이었다. 이는 인력 부족의 주요 원인이 임금과 직무 숙련의 불일치에 있음을 시사한다.
채용 전망 역시 밝지 않다.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기업들의 채용계획 인원은 46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족인원'은 4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하고 인력부족률도 2.4%로 0.4%포인트 하락한 점과 대조된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의 채용계획은 14.4% 감소한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오히려 9.2% 증가해 기업 규모 간 고용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사업체는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채용비용 증액 또는 구인방법의 다양화’(62.6%), ‘임금(급여)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32.1%) 순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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