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포인트도 밑돌던 코스피지수가 1년 만인 이달 말 현재 4200선에 올라섰다. 증권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 '사천피'를 달성한 가운데, 원화 약세와 인공지능(AI) 거품론 등 각종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올 한 해 증시 강세장을 돌이켜보고 예측에 실패했거나 분석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을 정리한 '반성문'을 내놨다. 이 증권사는 2022년 말부터 해마다 반성문 형식의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다만 그는 "주가 운동 강도를 가늠하는 것, 또 그 종착점을 예상하는 건 능력 밖의 영역이기 때문에 크게 자책하진 않는다"며 "오히려 올해를 되돌아보면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단 사실보다,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라는 조합이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강세장을 전망했던 논리는 '지배구조 개선'과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자산으로서의 한국 주식에 대한 선호심리 개선이었는데, 지배구조 개선은 예상대로 진행됐지만 환율 전망은 크게 어긋났다"며 "역사적으로도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 국면에서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던 경우는 없었기에 더 당황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에선 한국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순매도하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반면 올해는 한국 투자자들의 자발적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결과로 대(對)미 주식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에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김 센터장은 내년 재차 '달러 약세'를 전망했다. 그는 "올해의 원·달러 환율 전망은 크게 어긋났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의견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 고유의 취약성을 반영한 결과라면, 성장률(2025년 성장률 컨센서스 5.8%)·경상수지(2025년 3분기 GDP 대비 흑자 16%)·외 환보유액(한국보다 39% 많은 6002억 달러) 등 여러 지표가 한국보다 훨씬 우수한 대만의 통화가 원화보다 더 약세인 현상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때문에 올해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통화 동반 약세의 일환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위안화 강세'를 거론하며 "위안화가 동아시아 통화의 선행지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선 데다 엔화도 반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원화의 추가 약세에 베팅하는 건 위험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당초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기반으로 유저 참여형 게임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언리얼엔진5를 활용한 차세대 PUBG 개발이란 장기 계획을 보유한 크래프톤을 국내 게임기업 최선호주로 제시했다"며 "구조의 변화 가능성에 집중했던 거였지만, 그 변화가 실제 성과로 연결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위험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유저 중심 구조, 커뮤니티, UGC 등과 같은 키워드들은 매력적이긴 해도 단기간 실적이나 주가로 검증되기보단 장기적인 시행착오가 전제되는 것들"이라며 "당시 보고서에서는 이런 불확실성을 충분히 강조하지 못하고 변화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확신을 앞세웠다"고 적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또 "글로벌 게임사와 국내 게임사 간 격차를 낙관적으로 평가한 점도 반성한다"며 "국내 게임사가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과, 실제 따라잡고 있는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냉정히 구분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 증가로 ESS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다만 당시엔 이를 단기적이거나 보조적 수요로만 봤다"며 "전기차 시장 위축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에 얽매여 ESS를 독립된 성장 축으로 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업종 전반에 대해선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지만, 새 수요처의 부상과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은 투자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유연한 관점에서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은행채와 회사채는 각각 20조원 넘게 순발행됐다. 은행채의 경우 국내 증시 호황과 해외주식 투자열기가 확대되면서 은행자금이 증권사로 급격히 이동한 탓에 대규모로 순발행됐다. 회사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크게 낮아지자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발행수요가 쏠렸다.
이 애널리스트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은행채와 회사채는 소폭 순발행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다"며 "국내 증시의 갑작스런 상승과 해외주식 매수 열기, 지표금리의 급격한 하락을 예상하는 게 크레딧의 영역은 아니지만, 외부 변수들이 크레딧 수급에도 영향을 주는 변수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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