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권모 씨는 지난달부터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를 메뉴에 추가했다. 처음엔 만드는 대로 판매했지만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2주 전부터는 하루 200팀 한정 예약제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권 씨는 쏟아지는 주문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루에 걸려오는 예약 문의 전화만 100통에 달할 정도지만 정작 핵심 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재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라 국제 수급 상황에 민감하고 최근 환율 급등에 비용 부담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권 씨는 “카다이프의 경우 40kg 분량 재료를 들여와도 워낙 판매량이 많아 한 주면 바닥을 드러낸다”며 “재료가 언제 품절될지 몰라 수시로 온라인 마켓을 모니터링하면서 물량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두쫀쿠 인기에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단시간에 물량이 동날 만큼 인기가 뜨겁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은 재료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아 판매 물량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물가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모처럼 찾아온 ‘특수’에도 매출 확대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두쫀쿠는 카다이프(중동식 면)과 피스타치오를 활용해 속을 채운 뒤 겉면을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싸 만든 디저트다. 카다이프 특유의 바삭함과 마시멜로의 쫀득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며 젊은 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아이브 장원영, 라이즈 성찬 등 유명 아이돌이 관련 제품을 언급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쿠키와 빵을 넘어 두바이쫀득찹쌀떡, 두바이김밥 등 응용 메뉴도 쏟아지고 있다.
수요가 폭발하자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지난 26일부터 ‘디저트 연말정산’ 팝업스토어(팝업)를 열고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선보였다. 이중 두쫀쿠를 판매하는 매장도 3곳이 들어섰는데 매일 개점 3시간도 채 안 돼 준비된 수량이 동났다. 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이들 매장 일평균 판매량은 3850개, 일 최고 판매량은 5300여개에 달한다.
두쫀쿠는 50g 안팎의 작은 크기 제품으로, 개당 가격이 5000~6000원 수준이다. 일부 제품은 1만원을 웃도는 고가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원재료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아 판매 수치를 올리고 싶어도 더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에서는 최근 몇 달간 두쫀쿠 관련 검색량이 크게 늘었으며 주문을 시도해도 전 수량이 일찍이 소진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쫀쿠에 사용되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재료다. 이로 인해 원재료 단가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급 상황이나 환율 변동에 따라 물량 확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인력과 자본 여력이 부족해 원재료를 직접 조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 차질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기 때문.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모처럼 화제성 높은 제품이 등장했지만 재료 수급 제약으로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재료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두쫀쿠 주재료인 카다이프를 구한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당근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두쫀쿠’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150배 증가했으며 ‘카다이프’ 검색량도 6배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원재료를 구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소재 카페에서 두쫀쿠를 판매하는 조모 씨는 “재료 수급 사정이 매일 다르다 보니 하루 생산량이 100개에서 200개 사이를 오르내린다”며 “보통 1㎏짜리 카다이프를 구매해 사용하는데 재료 공급이 막히는 일이 잦다 보니 더 많이 만들고 싶어도 제작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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