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XX들아"
쿠팡 물류센터서 일하다 과로사로 숨진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30일 쿠팡 청문회에서 발언권을 얻어 처음으로 한 말이다.
박 씨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6개 상임위가 함께한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쿠팡 전현직 임원들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연신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이들을 향해 욕설을 날렸다.
장 씨는 2020년 대구 칠곡 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동안 일용직으로 야간노동을 하다 과로사로 숨진 노동자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 위원장은 '박 씨에게 시간을 충분히 드리라'며 그의 발언에 경청했다. 박 씨는 한동안 울먹이다 발언을 이어갔다.
박 씨는 자신을 "쿠팡 최고책임자 김범석의 지시에 의해 은폐되어 기록에 남겨지지 않은 27세 대한민국 건강한 청년 노동자 장덕준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그는 장 씨가 일했던 곳이 노동 강도가 높기로 손꼽히는 칠곡 물류센터 7층이라는 점을 밝히며 "장례식장을 찾아온 동료들이 '이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며 눈물 흘리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덕준이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산업재해 신청과 민사 소송을 4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왔다"면서 "아들이 근무하던 CCTV를 돌리고 돌려보며 덕준이가 일한 장면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발걸음을 세어가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1년을 CCTV 속 아들과 살았다"고 애통해했다.
박 씨는 "아들을 잃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집과 생활 터전 모든 것을 잃었다"며 "상처를 치유할 시간도 없이 마주한 진실은 우리 가족을 다시 절벽으로 내몰아 파탄시켰다"고 했다.
그는 "김범석이 내놓은 사과 메시지를 봤다"며 "그 속에 본인이 덕준이에게 저지른 '산재 은폐 지시'에 대한 사과도, 쿠팡을 위해 뛰다 사라져간 노동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도 없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이번에 김범석이 숨긴 은폐된 산재 사실과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낱낱이 밝혀달라"며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간곡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2020년 발생한 고 장덕준 씨 사망 사고와 관련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쿠팡이 과거 장 씨의 과로사를 은폐하려 했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 사안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당시에 사과하고 작년에 모친께 따로 사과를 드리기도 했지만 이렇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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