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라 각종 모임과 회식 자리가 잇따르고 있다. 즐거운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불의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가 회식 후 실종된 뒤 산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 사적인 행사였다는 이유에서다.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교사 유족의 손을 들어 공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행정법원의 판단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2023년 1월 교사 A 씨는 동료들과 회식하던 중 밖으로 나간 후 연락이 두절됐다.
다음 날 오후 인근 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 사인은 저체온증이었다. A 씨가 음주의 영향으로 이면도로에서 실족 후 올라오지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족들은 업무 중에 발생한 사고로 보고 산재를 신청했지만 인사혁신처는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회식의 개최 경위, 교장의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할 때 목적과 내용에 공무수행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것은 회식이 교장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이었는지였다.
인사혁신처는 교장이 1차 회식 비용을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고 개인카드로 결제했다는 이유로 회식이 친목 모임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식에서 공무와 관련된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이고, 교장의 개인카드에 직책급 업무추진 수행경비가 들어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회식은 공적 모임"이라고 봤다.
A 씨의 소송을 대리해 진행한 법무법인 마중은 "이번 사고는 송년회·신년회가 잦은 요즘과 같은 시기에 주목해볼 수 있는 사건"이라면서 "회식의 목적과 내용에 따라 공적 특성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회식 중과 후에 벌어지는 사건·사고에 대해 개인적인 사유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업무 연관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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