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모델 '서바이벌' 닻 올렸다

‘AI(인공지능) 주권’을 지키기 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1차 발표회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입장표가 매진될 정도로 이날 행사장은 인파로 가득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독자 모델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크다”며 “AI 인프라는 제조업의 원천기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됐다. 5개 컨소시엄이 후보로 선정됐으며, 다음달 15일 이 중 한 곳이 탈락한다. 2027년 초에 두 팀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과정을 통해 독자 모델 개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스타트업·대학 등에 AI 학습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처음으로 매개변수 5000억 개 규모의 초거대 AI 모델 ‘A.X K1’을 공개했다. ‘교사 모델’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국내 AI 생태계에서 일종의 사회간접자본(SOC)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은 “이번에 공개한 A.X K1은 총 5190억 개 매개변수로 구성돼 복잡한 수학적 추론과 다국어 이해 능력이 뛰어나다”며 “SK텔레콤의 대표적 AI 인프라인 GPU 클러스터 ‘해인’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구축 중인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SK 풀스택 AI 사이클’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처음으로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네이티브 옴니모달’ 구조의 AI 모델을 공개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내세우는 건 추론 능력이다. ‘32B 씽크’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푼 결과 국어·수학·영어·한국사 등 주요 과목에서 모두 1등급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대동과 협력한 ‘농업 AI 에이전트’도 주목할 만하다. 농기계를 음성인식 AI를 통해 자율운행하고 통제하는 기술이다.

LG AI 연구원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로 ‘K-엑사원’ 성능을 발표했다. K-엑사원은 매개변수 236B 모델로, 개발 착수 5개월 만에 글로벌 빅테크 최신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NC AI는 제조, 국방, 패션 등 산업의 AI 전환을 위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VAETKI(배키)를 공개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배키는 초거대모델부터 경량화모델까지 현장 특성에 맞춘 멀티모달리티를 지원한다”며 “다양한 산업 데이터를 수용해 각 산업군에 최적화된 특화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NC AI는 28개 산업 현장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현대오토에버와는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 등에 적용할 산업 AI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 롯데와 함께 물류 유통 분야에서 인공지능 전환(AX)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NC AI는 1차로 100B(1000억 개) 파라미터 파운데이션 모델의 틀을 마련했다”며 “200B, 300B로 규모를 늘려 글로벌 모델급 성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업스테이지는 이날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솔라 오픈 100B를 선보였다. 발표에 나선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이 모델은 한국어가 굉장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어머니가 짜장면을 싫어하는 이유’를 검색하면 솔라는 한국의 정서를 반영해 자세하게 답변하지만 글로벌 모델은 이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