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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새해엔 사자처럼 웃게 하소서

입력 2025-12-30 17:16   수정 2025-12-31 00:11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해돋이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곳이다. 예전엔 포항 호미곶을 일출 명소로 꼽았는데, 2000년 무렵 국립천문대와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간절곶을 “2000년 1월 1일 오전 7시 31분 26초 새 천 년의 해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 콕 짚으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경도상 서쪽인 간절곶 일출은 호미곶보다 1분 빠르고, 강릉 정동진보다는 7분 먼저 이루어진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간절곶이 으뜸으로 꼽을 일출 명소인 것이다.
낙담 말라…눈물을 씻고 보아라
새해 첫해가 구름 속에서 빠져나와 황금빛 햇살을 뿌린다. 그 햇살에 창녕 우포늪의 왕버들과 제주도의 다랑쉬오름이나 아끈다랑쉬오름, 백악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설악의 공룡능선 바위들도 제 모습을 드러낸다. 누이야 아우야, 신발 바닥이 닳도록 뛰었지만 궁색한 살림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고 낙담하지 말라. 눈물을 씻고 보아라, 저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뚝 솟은 설악산 화채봉과 대청봉, 지리산의 천왕봉과 노고단을, 기름진 호남 들녘과 누천년 쉼 없이 흘렀을 낙동강과 섬진강은 얼마나 의연한가! 오늘은 어제와 똑같이 반복하는 하루가 아니다. 감나무는 어제의 감나무가 아니고, 감나무 가지에 앉아 우는 곤줄박이도 어제의 곤줄박이가 아니다. 하늘도 땅도 새것이고 우리 마음도 새것이다.

한 밤을 자고 나면 새해다. 새해가 온다는 것은 설레고 기쁜 일이다. 키가 한 뼘은 자라난 아이들이 설빔을 차려입고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고,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건넨다. 아이들아, 어려운 살림을 꾸리는 가운데서도 무탈하게 잘 자라서 고맙구나!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얼굴 마주 보고 떡국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은 겨레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너희가 잘살았으니, 나도 잘살았다! 부모는 자식들의 의연함에 뿌듯하고, 자식들은 부모의 건재에 보람을 느꼈을 테다. 거실 구석에서 꼬마전구를 점멸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추레해 보이는 그것이 과거 사물이고, 지금은 새해인 까닭이다.

돌아보면 세월은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계획은 자주 어그러지거나 틀어지고, 고대하던 소식은 한없이 지체되었다. 갖은 애를 써도 결국 실패한 것은 운이 따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깟 실패에 주눅 들거나 바닥에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도처에 번성하는 악들이 우리 선한 의지를 꺾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자랑이 될 테다. 우환과 시련이 닥칠 때마다 우리는 넘어진 자리에서 무릎을 세우고 일어섰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고 새해 새날을 맞자. 마침내 우리에겐 이제껏 없던 기회의 날들이 열릴 수도 있을 테다.
허리 세우고 멀리 보며 나아가자
시련과 질곡 같은 제약 없이 이루어지는 행복은 없는 것! 제약이 없다면 우리가 누리는 소박한 행복과 안락이 이토록 달콤하지는 않았을 테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음식이 주는 기운과 중력의 힘, 우리의 견결한 뜻과 의지만이 아니다. 우리 안에서 불타오르는 갈망과 씨앗을 싹틔우는 대지의 정령이 앞으로 나아가라고 우리 등을 떠민다. 새 아침의 고요 속에서 맑은 머리로 ‘인디언들의 일곱 가지 성스러운 기도문’을 곱씹어 읽으며 가야 할 길을 가늠해보는 것은 어떤가? 우리 각자는 외따로 있는 혼자가 아니며 커다란 존재의 품 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하늘로 치솟은 산들과/ 멀리 굽이치는 평원을 거느린,/ 태양이 지는 땅 서쪽에 머무는/ 위대한 정령이시여,/ 땀 흘린 노고 끝에 평화가 찾아오며,/ 오랜 단련을 한 뒤/ 바람에 펄럭이는 옷자락처럼/ 자유가 깃듦을 알게 하소서.// 끝이 처음보다 좋으며,/ 지는 태양의 영광이 덧없지 않음을 알게 하소서,/ 낮에는 한없이 파랗고/ 밤에는 수많은 별들 속에 임하는/ 위대한 정령이시여,/ 당신이 무한히 크고 아름다우며/ 우리의 앎을 뛰어넘는/ 큰 존재임을 알게 하소서,// 동시에 당신이 우리 머리 위,/ 눈꺼풀 위에 있음을 알게 하소서.”

아우들아, 아들딸들아, 허리가 휠 정도로 사는 게 고달팠던가? 하지만 투덜대지 마라. 고되고 힘들어도 살면 살아지는 게 우리 삶이다. 모든 게 덧없다고 징징거리지 말라. 우리 머리 위엔 늘 무한히 크고 아름다운 존재가 버티고 있다. 우리는 편안하게 살려고 태어나지는 않았다. 단 한 번의 생에서 배워야 할 진실은 과거는 영화롭고 미래는 근심 속에 빚어진다는 사실이다. 공중을 나는 새는 기어코 땅에 내려앉고, 오늘의 수고와 고통은 나중에 넉넉하게 보상받을 것임을 의심하지 말라. 언제나 끝이 처음보다 좋으며, 저 빛나는 태양이 덧없지 않음을 기억하라! 허리를 세우고 눈은 먼 데를 보며 앞으로 나아가라!
새해엔 무량한 빛을 온누리에
새해 며칠은 폭설이 내려 쌓이는 독일가문비나무 숲을 품은 고장의 휴양지에 머물 예정이다. 아마도 폭설에 뒤덮인 고지대는 이따금 우는 새의 울음소리 말고는 적요할 테다. 독일가문비나무 숲속은 온갖 소리의 진원지다. 숨 멈추고 귀 기울이면 가지에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겨 꺾이는 설해목이 내지르는 비명들, 먹잇감 찾아 발이 푹푹 빠지는 눈 속을 헤매는 삵이나 족제비 같은 동물의 기척, 귓불 스쳐가는 바람 소리, 계곡의 얼음 아래로는 청량한 물소리, 물소리…….

누구도 흠집을 내지 않은 고요 한가운데 머물며 혼자만의 새해 소망을 빌어 볼 테다. 새해엔 어디에도 그늘이 없게 무량한 빛을 골고루 비춰주소서. 삶의 무게를 덜게 해주시고, 오래 병상에서 누워 지낸 환우에겐 치유의 복음을, 우리에게는 사자처럼 웃는 일이 자주 있게 하소서. 악인들이 어둠 속에서 도모하는 사악한 계획은 싹트기 전에 꺾으시고, 의롭고 착한 이들의 뜻이 더욱 번성하게 하소서. 나태와 안락을 경계하고, 착한 갈망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낮은 곳에 머무는 물처럼 겸손과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이웃의 고통과 슬픔에 더 깊이 공감하며 오늘보다 내일을 더 착하게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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