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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고환율 둘러싼 오해와 진실

입력 2025-12-30 17:38   수정 2025-12-31 00:12

요즘 환율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에 근접했던 상황을 회상하며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제 금융을 받은 1997년과 달리 지금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화보유액 규모도 훨씬 크고, 순대외금융자산도 충분하니 그때처럼 급박한 위기가 올 가능성은 작다.

외환거래는 대체로 무역, 증권·채권 투자, 직접투자에 의해 발생한다. 외환거래를 통해 미국 달러가 순유출되면 환율이 높아지고, 순유입되면 환율이 낮아지는 것이 원·달러 외환시장의 단순한 수요 공급 원칙이다. 무역에서 한국은 지난 10년간 흑자를 기록했고, 작년과 올해는 흑자액이 역대급이다. 특히 2022년부터 한·미 간 거래에서 큰 흑자를 내며 달러화가 대규모 순유입됐다. 그러니 무역이 최근의 높은 원·달러 환율의 경로가 아님은 분명하다.

증권의 경우 2025년 3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한국인이 외국에 투자한 액수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액수에 비해 2160억달러(한국은행 외화보유액의 절반 정도) 정도 많아 달러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런 불균형의 대부분은 한·미 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개인과 국민연금의 미국 증시 투자를 원화 약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과 국민연금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경제 주체가 높은 수익률을 따라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칭찬할 만한 일이다.

증권과 반대로 채권의 경우 외국인이 매입한 한국 채권 액수가 한국인이 매입한 외국 채권 액수보다 2025년 3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1410억달러 정도 많다. 하지만 한·미 간 거래는 그 반대여서 채권 거래를 통해 미국 달러가 직접적으로 유입된 정황은 없다. 그러나 유럽인이나 동남아인들이 한국 채권을 매입할 때 미국 달러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니 적어도 채권 거래가 원화 약세의 경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접투자에서는 2025년 3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한국인이 외국에 투자한 액수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액수에 비해 4600억달러 정도 많다. 이는 주로 최근 3년간 가파르게 증가한 한국 기업의 대미, 대중남미 투자에 기인한다. 직접투자를 통해 미국 달러가 순유출되며 원·달러 환율 약세를 초래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원·달러 환율 약세의 원인으로 M2(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광의의 통화) 증가를 지목하는데, 이는 착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M2는 지난 10년간 평균 연 7% 증가해 왔고, 지난 1년 동안에도 거의 비슷한 정도로 증가해 특이점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 증감률과 M2 증감률의 상관계수 값은 0.05에 불과해 이들 간에 어떤 유기적 관계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앞에서의 논의가 보여주듯 최근 원·달러 환율 약세는 외국인이 한국 자산을 선호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인이 외국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증권투자와 직접투자에 관한 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 증권의 경우 한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미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기업이 투명 경영, 이사회의 합리적 운영, 배당 성향 증가 등을 통해 거버넌스 질을 높이고 정부가 이를 위한 유인책을 적절히 제도화하면 우리 증시도 일본 증시처럼 장기간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인은 외국에 직접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한국 직접투자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외국인 직접투자 잔액을 보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나빠진 기업 환경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노란봉투법으로 기업 사유재산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선뜻 공장을 건설할 외국 기업은 많지 않다. 이런 법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업 경영을 주저할 만한 상황을 만든다면 법 시행을 재고해야 한다. 좋아진 기업 환경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늘려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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