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정부 기관들이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쿠팡에 강도 높은 압박을 예고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재검토하고, 쿠팡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출석해 “과거에는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동일인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이번에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쿠팡의 시장 점유율이 많이 올랐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단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사업자의 합산 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 지정된다.
공정위는 내년 쿠팡의 부당 광고 수익 수취, 끼워팔기 등에 대한 조사도 잇달아 벌인다. 다음 달 7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를 심사한다. 이날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과징금도 크게 강화했다. 기존 매출의 6%에서 최대 20%로 높이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국세청도 압박 수위를 높인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청문회에서 “필요시 미국 국세청(IRS)과 공조해 세무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쿠팡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를 겨냥한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2일부터 쿠팡에 대한 전방위 특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 법인과 미국 본사 간의 불투명한 자금 거래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사익 편취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문회에선 쿠팡의 ‘셀프 조사’를 두고 정부와 쿠팡 사이 설전도 벌어졌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 유출자를 만났고 노트북 포렌식도 했다”며 “국회에 해당 국정원 직원의 정보를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쿠팡의 자체 조사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청문회 중 고의적 수사 방해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자 로저스 대표는 “왜 한국 정부가 국정원 지시 사실을 숨기려 하는가”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쿠팡은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자체 조사 내용과 보상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공시했다. 김 의장은 이번 청문회에도 ‘해외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동행 명령장을 발부해 불출석 증인을 강제 구인할 수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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