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이 작년보다 크게 오른 곳은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 엔화는 올해 달러당 149.6엔(매매기준율 기준)에 거래됐다. 작년 151.6엔에서 1.3%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당 0.92유로에서 0.88유로로 4.3%,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당 0.8파운드에서 0.76파운드로 3.1% 하락했다. 한국과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의 환율도 같은 기간 달러당 32.1대만달러에서 31.2대만달러로 2.9% 내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가 작년 104.17에서 올해 100.81로 내려가는 등 약달러 흐름에 따라 주요국 통화 가치가 올랐다. 반면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도 환율이 계속 상승해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연평균 환율은 경제성적표에 영향을 준다. GDP와 국민총소득(GNI)이 대표적이다. 각국 통화로 집계한 명목 GDP와 GNI를 달러로 환산해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어서다. 한국만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만큼 경쟁국에 비해 GDP와 GNI가 낮게 계상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1인당 GDP가 3만5962달러에 그쳐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3만7827달러)에 역전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3만4720달러)보다는 많은 것으로 추정됐으나 환율이 크게 올라 순위가 뒤바뀌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화대출의 원화 평가액이 줄어들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감소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다. 은행이 규제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중소기업에도 긍정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종가가 치솟아 규제비율을 맞추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자 은행들이 위험가중 대출인 중소기업 대출부터 줄이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종가 관리를 통해 환율이 낮아져 기업의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잘되면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고, 해외 투자자도 한국에 투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기반한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추세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규/이광식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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