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7일 이재명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 정세와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두 국가 간 경제·산업 분야 교류 확대 방침에는 정상 간 이견이 크지 않겠지만 한반도 비핵화,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 민감한 외교 의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중국의 서해 구조물과 불법조업 문제, 한한령(限韓令) 해제 등의 당면 현안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낼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만남은 지난달 1일 한·중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가 된다. 당시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했고, 두 정상은 97분간의 회담에서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는 악화한 한·중 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이때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중국에 초청했고, 2개월 만에 이 대통령의 국빈 방중이 성사됐다.이번 정상회담도 지난 첫 번째 회담과 마찬가지로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경제 협력의 기회를 확대하고 상호 협력적 관계에서 동북아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전략 무기화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중국은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 쓰이는 희토류의 수출 통제를 미국 등 경쟁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 투자 확대, 핀테크 등 디지털 경제, 태양광발전 같은 친환경 분야 협력 논의도 이뤄진다. 강 대변인은 “양국 부처 간 양해각서(MOU)도 다수 체결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 등 재계 총수도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한령이 의제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이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현지에서 대규모 K팝 공연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다가올 4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반응할 여건 조성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북·러가 밀착한 반면 북·중 관계는 소원했지만,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등 관계가 회복됐다. 앞서 경주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미·중 정상 간 대화 이벤트를 염두에 두고 이를 계기로 북·미 대화 성사, 나아가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 제의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의 역할을 기대해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핵잠 건조 사안이 다뤄질 수도 있다. 최근 한·미가 핵잠 건조를 위한 별도 협정 마련에 들어가자 중국 관영매체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2일 “한·미의 핵잠 계획은 핵 비확산에 심각한 위협이며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해 구조물,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를 놓고 해결 방안이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23일 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아주 못됐다”며 불법 조업 어선에 강경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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