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주가가 이달 들어 10% 넘게 밀렸다. 그동안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은 데 따른 부담감과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결정이 투자심리를 제약한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과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전날 0.11% 내린 4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에만 10.1% 하락했다. 기관투자가가 1713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주가를 내렸다.
한국전력 주가는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과 원전 사업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 가도를 달려왔다. 실제 주가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61.81% 급등했다. 지난달 27일 장중엔 5만4100원까지 올라 2016년 10월6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내년 전기요금은 현재 수준으로 동결됐다. 한국전력은 최근 내년 1분기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국제 연료비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줄곧 상단이 5원으로 반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가를 밀어 올리는 데 일조한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기대도 충분히 반영된 상태로 진단한다. 한국전력은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 한전KPS 등이 포함된 '팀코리아 컨소시엄'을 통해 수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한·미 원전 협력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다만 주가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단계적 성과가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 원전 사업 기대감에 따른 주가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이나 강도는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상승 추세가 반전되는 흐름이 나타나자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 종목 토론방을 통해 "공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네요. 10만원까지 오른다고 해도 다시는 매수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주가가 어느 수준까지 조정받을까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한·미 원전 협력 수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유가 하락 등 우호적 사업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키움증권은 한국전력의 내년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22% 증가한 17조627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증권사 조재원 연구원은 "내년에도 유가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유가 1달러 하락 시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 개선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전기요금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불리한 방향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한국전력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한국전력의 평균 전력 판매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영업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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