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최신 아이폰17 시리즈는 외관 디자인 변경만큼 중요한 내부 구조의 변화가 있다.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탑재한 ‘베이퍼챔버’(Vapor chamber) 냉각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중 베이퍼챔버를 가장 먼저 사용화한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은 2019년 출시한 갤럭시 S10 5G 모델에 베이퍼챔버를 탑재했고, 이후 2023년 갤럭시 S23시리즈부터 전 모델에 베이퍼챔버를 적용했다.
베이퍼챔버란 내부에 냉매가 들어간 진공 상태의 금속 상자다. vapor(증기) chamber(방)라는 이름처럼 열기를 분산시켜 발열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애플이 그동안 베이퍼챔버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애플은 칩셋의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고, 칩셋과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발열을 제어해왔다.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칩의 가장 큰 특징은 ‘저전력’이다. AP는 두뇌 역할을 하는 칩셋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모뎀 등이 그 안에 들어간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 발열도 적게 난다. 전력을 덜 소모하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을 경쟁사 대비 10~20% 적게 넣으면서 휴대폰 사용 시간을 비슷하게 가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철학은 열이 나면 식히는 게 아니라 열 자체를 안 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베이퍼챔버를 적용한 것은 스마트폰이 인공지능(AI) 기기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AI를 구동하면 애플의 저전력 칩셋으로도 발열을 제어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보급형 라인에서 고성능 작업을 할 때 발열이 심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17 ‘프로’ 시리즈에만 베이퍼챔버를 적용했다. 아이폰17 기본형 모델과 초슬림 제품인 ‘에어’에는 베이퍼챔버가 들어가지 않는다. 최상위 모델과 보급형의 ‘체급’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애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은 칩셋과 설계 구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 애플보다 더 큰 베이퍼챔버를 탑재하는 경향이 있다.
샤오미의 플래그십 모델인 17프로 맥스는 스마트폰 면적의 절반, 신용카드 크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55.33㎠ 크기의 베이퍼 챔버가 내장된다. 아이폰17프로에 들어간 베이퍼챔버 크기(업계 추정 20~30㎠)의 두 배에 달하는 초대형 사이즈다.

‘검증된 기술’만 사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애플의 특성도 베이퍼챔버의 늦은 도입 배경으로 꼽힌다. 애플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카메라 폴디드줌, 120헤르츠(Hz) 고주사율 화면 등과 같은 신기술을 경쟁사보다 최소 3~5년 뒤에 적용했다.
예컨대 삼성은 2010년 ‘갤럭시 S’에 OLED 패널을 최초로 적용했지만, 애플은 2017년 선보인 ‘아이폰 X’에 OLED 패널을 처음 탑재했다. ‘카툭튀’(카메라 툭 튀어나옴)를 줄이는 카메라 모듈도 갤럭시는 2020년, 아이폰은 2023년에 적용했다.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아직 출시하지 않은 이유도 비슷하다. 애플은 힌지(경첩) 부분의 주름, 필름 내구성 등 폴더블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고 보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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