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먹빛 화면에 알 듯 말 듯한 표정의 사람. 고요한 어둠이 평안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던진다. 작가 무나씨가 표현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다. 무나씨는 ‘나’를 이야기하는 작가다.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와 감정을 한지에 먹과 아크릴, 잉크 등으로 표현한다. 작가의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The Season We Fade Away)’라는 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작가의 본명은 김대현이다. 하지만 무나씨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불교에서 ‘무아(無我)’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가는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무나라고 이름 붙이고, 여기에 타인을 부를 때의 호칭인 ‘~씨’를 붙여 자신을 타자화했다.
무나씨는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당시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었다고. 그렇다면 그림으로 돌아오게 된 과정은 어땠을까.
“성격이 내성적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술기운을 빌리거나 어딘가에 숨어야 하더라고요. 저도 하고 싶은 말은 되게 많았으니까 숨을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찾아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말이었는데, 상대에게 아무리 내 감정을 말로 전한다고 해도 그때뿐이고 다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글을 썼는데,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글로 설명하자니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시는 또 못 쓰겠고요. 그런데 그림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이 자기만의 해석을 찾고, 제가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거나 전달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동양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가 사용하는 형태와 주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동양화와는 조금 다르다.
“‘동양화’ 하면 당연히 산수화를 떠올리는 게 싫었어요. 통일신라나 고려시대 불화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공이 많이 들어간 정교한 작품을 그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래서 붓으로 선을 한 획씩 그리는 노동집약적인 방식을 택했어요. 그림에 더 많은 시간을 담고 싶었거든요. 관객들이 제 작품의 선 한 획 한 획을 보며 ‘이 작가가 혼란한 마음과 시간을 견디고 작품을 완성했구나’ 하는 지점에서 감동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사실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선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선을 넘으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거나 폐를 끼칠 수도 있고요. 근데 막상 그게 허물어지니까 무척 자유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감정들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작가 무나씨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타가 있다. 바로 그룹 BTS의 멤버 RM이다. 그가 소장한 ‘영원의 소리’도 이번 전시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애초에 판매를 목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이어가던 작업이었지만 RM 컬렉션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작가는 RM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데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며 말을 아꼈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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