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214.17
(6.39
0.15%)
코스닥
925.47
(7.12
0.76%)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美·中도 쩔쩔매게…'급소 기술' 광반도체 준비하는 ASML 생태계

입력 2025-12-31 16:23   수정 2025-12-31 18:17


한국인에게 ‘박지성의 첫 유럽 무대’로 유명한 에인트호번은 네덜란드의 ‘미들 파워’를 상징하는 도시다. 1891년 필립스가 첫 전구 공장을 세운 이후 134년 동안 네덜란드 전자·정밀공학의 정수가 이곳에서 축적됐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계는 에인트호번을 인근 벨트호번과 함께 ‘ASML 생태계’로 부르기도 한다. 네덜란드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라는 강력한 ‘병목 기술’하나로 미·중 어느 곳에도 굴복하지 않는 위상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지금 에인트호번은 ‘미래’를 준비 중이다. 광(光)반도체(포토닉스)를 차세대 기술로 낙점하고, 중국이 EUV 자립마저 성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세미컨보드NL’이라는 민관 협동 반도체전략조정기구를 2025년 1월 출범시켰다. 이들의 질문은 명확하다. ‘EUV로 번 돈을 어떤 미래에 투자할 것인가’ ‘미국의 EUV 수출 통제에서 벗어나게 해 줄 차세대 반도체 기술은 무엇인가’다.
◇ASML 핵심 파트너 기업 가보니
VDL-ETG는 광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네덜란드의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ASML이 900여 개 협력사 중 최우선 전략 파트너로 평가하는 기업이다. 노광장비가 빛을 활용해 나노(㎚) 단위 미세회로를 새기려면 아주 작은 마찰과 진동마저 없애는 물리적 제조 역량이 필수다. ASML이 회로를 새기는 ‘두뇌’라면 VDL ETG는 그 두뇌를 떠받치는 근육이자 골격인 셈이다. 지난 11월 스히폴 공항에서 기차로 1시간30분가량을 달려 에인트호번 본사에서 만난 VDL ETG 관계자는 “자기부상 기반의 극초정밀 웨이퍼 이송 시스템이 차세대 핵심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바퀴·레일 방식은 구조적으로 마찰과 진동, 미세먼지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3㎚ 이하 초미세 공정에선 곧바로 수율 붕괴로 이어진다. 자기부상 방식은 웨이퍼를 실은 플랫폼이 바닥과 접촉하지 않은 채 자력으로 떠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이다. 마찰은 ‘0’에 수렴하고, 진동과 먼지 발생은 원천 차단된다. 이 기술의 의미는 EUV 노광 공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광반도체 시대를 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밀 제어 인프라’여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광반도체는 전자반도체보다 훨씬 민감하다”며 “빛의 위상·간섭·정렬 오차는 나노미터가 아니라 피코미터 단위에서 관리돼야 하며, 미세한 진동이나 온도 변화만으로도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미·중 공급망이 꼭 필요로 하는 기술
네덜란드가 광반도체로 전략 축을 이동하려는 이유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AI 경쟁 구도가 대규모 연산·학습에서 사람처럼 추론하고 물리적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네덜란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천·수만 개의 칩과 서버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AI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광반도체다.

게다가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세계 최강 파운드리 기업들은 아직 광반도체 분야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광반도체는 아직 초기 시장이어서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팅(HPC), 국방 등 전략적이지만 아직 규모가 제한적인 분야에 주로 적용된다”며 “삼성 같은 민간 기업이 과감히 뛰어들기엔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ASML 보유국’ 네덜란드는 이 같은 기회 요인을 국가 전략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에인트호번을 중심으로 한 브레인포트 지역에서 광학·정밀기계·반도체 장비 기업을 묶어 광반도체를 완결형 산업 생태계로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델프트공대, 에인트호번공대 등에서 최근 물리학과 광학이 전기·전자공학 못지않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필립스의 물리 연구소 내추르쿤디그(NatLab)에서 시작된 물리학 전통은 이제 반도체·포토닉스·양자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분명했다. 네덜란드는 더 이상 전통적인 전기전자공학 국가가 아니다. 광자와 양자의 시대로 가는 ‘물리학 국가’로 진화하며 미·중 어느 쪽도 무시할 수 없는 병목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에인트호번=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