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공덕동의 한 어린이집. 불이 절반쯤 꺼진 복도에서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다섯 살 아들의 손을 잡고 급히 하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씨는 “회사에 남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남편도 연말 회식 중이라 우선 아이를 데리러 왔다”며 “밤에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새해에는 야근이나 직장 행사 등으로 귀가가 늦어지는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부담이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야간 돌봄과 육아 복지 지원 대상이 확대되는 등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변화가 잇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월 5일부터 전국 360곳의 방과 후 돌봄 시설에서 ‘야간 연장 돌봄 사업’이 시작된다. 기존 오후 8시까지 운영하던 방과 후 돌봄 시설을 오후 10시 또는 12시까지로 운영 시간을 늦추는 것이 핵심이다. 야근, 경조사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귀가가 늦어진 보호자가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공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전국 5500여 개 마을돌봄시설(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중 360곳이 사업 참여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중 326곳은 밤 10시까지, 34곳은 밤 12시까지 운영한다. 평소 마을돌봄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이용일 5일 전부터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최소 2시간 전까지 신청하면 누구나 6~12세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이용 비용은 1회 5000원 이내에서 시설별로 자율 책정된다. 취약계층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40대 김모씨는 “비용 부담이 적은 만큼 많은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육아 관련 복지 지원도 확대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새해부터 한부모가족의 양육비 등 복지급여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63% 이하에서 65% 이하로 넓힌다. 한부모, 조손, 장애, 청소년부모 등 취약 가구에는 연간 아이돌봄서비스(사진) 지원 시간을 기존 960시간에서 1080시간으로 확대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돌봄 공백을 줄여줄 정책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무 문화와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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