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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붉은 말의 해, 다시 뛰는 K패션

입력 2025-12-31 16:48   수정 2026-01-01 00:1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과거 신정과 구정으로 나뉘어 설을 두 번 쇠던 우리나라에서 이 인사는 전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체감상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곤 했다. 그런데도 이 말이 유독 싫증 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해가 바뀌는 동안 몇 번을 들어도, 몇 번을 건네도,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새해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시간이라서일 것이다.

필자는 말띠다. 올해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그래서인지 새해 첫날 이렇게 지면을 통해 인사를 전하는 이 순간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자체가 필자에게 허락된 올해의 첫 번째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에게 설날은 단순한 연휴가 아니라 한 해의 마음가짐을 새로 고쳐 입는 날이다. 새해를 맞아 새 옷을 입는 ‘설빔’의 풍습처럼, 우리는 해마다 새 마음과 새 각오로 자신을 단장해 왔다. 패션이 단순한 옷을 넘어 태도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라면, 설빔은 그 상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문화다.

기업을 경영하는 대표로 그리고 패션산업을 대표하는 협회 회장으로 새해를 맞으며 필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나는 어떤 자세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까.’

한 단어로 말하자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자각에서 오는 ‘절실함’이었다. 그러나 이 절실함은 불안이라기보다 다시 단단히 준비하자는 다짐에 가깝다.

2026년을 향한 한국 패션산업의 환경 역시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세계 경제는 회복과 조정의 경계에 서 있고, 소비는 필요와 가치 중심으로 재편되며 보다 신중해졌다. 지금은 단순한 경기의 오르내림을 논하기보다 산업의 구조와 질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읽어야 할 시점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재편’이 있다. 소비는 더 싸거나 더 의미 있는 선택으로 나뉘고 있다. 브랜드는 가격만으로 기억되기 어렵고, 분명한 정체성과 이야기를 가진 곳만이 선택받는다. 제조 역시 단순한 생산 경쟁력을 넘어 기술 기반의 혁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 공급망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함께 요구받고 있다.

국내 패션 제조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은 숙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이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데이터로 계산된 결과 위에 현장의 경험이 개입할 수 있을 때 AI는 제조 공백의 임시 처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된다.

결국 관건은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라 새로운 도구를 기존의 산업 감각과 결합해 작동시키는 능력이다. K패션이 축적해 온 민첩함과 감각, 디지털 기반의 소통 역량은 이런 변화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새해 설빔을 입듯, 산업 역시 새로운 질서에 맞는 옷으로 자신을 단장해야 할 때다. 가볍고 밝은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하루에 천 리를 달렸다는 전설의 말, 적토마처럼 올해도 나는 멈추지 않고 달릴 것이다. 붉은 말의 해가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되길 바라며, 이 질주를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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