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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질 노동시간 줄이겠다는 정부, 생산성 제고 논의는 실종

입력 2025-12-31 16:28   수정 2026-01-01 00:16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이 203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기 위한 방안을 그제 발표했다. 50여 년간 산업 현장의 관행인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퇴근 후 카톡 금지, 4시간 근무 시 휴게시간 선택권 보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5년 안에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현재보다 160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간만 단축해선 ‘시간만 있고 돈이 없는 저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 시간당 노동생산성(53.3달러)은 미국(97.7달러) 독일(96.5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OECD 전체에서도 최하위권(33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필연적으로 기업에 비용 부담 증가와 경쟁력 약화를 불러온다. 더구나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기업에 시·분 단위로 근무시간을 기록·관리하라는 건 그 자체로 큰 부담이다.

실노동시간 단축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기업 현장에서 ‘밀도 있게 일하는 문화’도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 근로자들은 흡연이나 커피, 인터넷 서핑, 사적 외출 등으로 업무 몰입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할 때 근로자들이 1시간20분가량 ‘딴짓’을 한다는 조사(한국경영자총협회)까지 있을 정도다.

이미 우리 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성장 엔진은 식어가고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 4.5일제’의 전 단계로 실노동시간 단축에만 골몰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기 전에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생산성 제고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결국 성장의 발목을 잡고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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