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산레모의 지역 교구가 낙태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매일 저녁 종을 울리고 있어 논란이다.
3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일파토쿼티디아노는 산레모 지역 교구 본부가 생명의 존엄을 상기한다는 의미로 비야 조반나 다르코 탑에 설치된 종을 지난 28일부터 매일 저녁 8시에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종은 2022년 낙태 반대 캠페인 행사에 맞춰 주조된 것으로, 표면에는 주교의 이름과 '태어나지 못한 모든 아이에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종이 처음 울린 12월 28일은 가톨릭교회가 기념하는 '죄가 없는 순교 성인의 축일'이다.
지역 교구 주교인 안토니오 수에타는 "처음 종이 타전된 축일은 살아보기도 전에 생이 끊긴 우리 시대 아이들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매일 울리는 종소리가 낙태를 선택한 여성에 대한 '공개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에도아르도 베르다 민주당 시의원은 "종소리는 돌봄·경청이 아닌 죄책감을 뜻한다"면서 "이는 종교가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 의료는 이념적인 이유로 전쟁터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전 시장 후보였던 정치인 마리아 스피노시는 "국가가 인정한 권리인 임신 중지에 대한 일부 반대 여론을 도시 전체에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톨릭교회는 잉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생명은 신성하다는 교리에 따라 낙태·조력자살 등 스스로 생을 마치는 행위에 반대한다.
지난 16일 레오14세 교황은 성탄절 예수 탄생 조형물에 담긴 낙태 반대 메시지를 부각했고, 이어 지난 23일에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말기 환자 조력사 허용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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