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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나갔는데…확 꺼진 운동화 '리셀' 시장

입력 2026-01-12 14:53   수정 2026-01-12 17:41

[비즈니스 포커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직장인 김태진(44) 씨는 약 6개월 전 리셀을 목적으로 나이키 운동화 ‘조던1’을 약 60만원에 구매했지만 아직도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초까지만 해도 그는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해한 뒤 재판매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었다. 구매가보다 수십만원 웃돈을 붙여 팔 수 있을 만큼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엔 달라졌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샀던 가격보다 낮게 리셀 플랫폼 크림에 운동화를 매물로 올렸으나 구매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조던1 이외에도 여러 켤레의 신발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했는데 대부분의 제품 리셀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며 “손실을 보고서라도 운동화를 팔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MZ세대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리셀, 조각투자, NFT 등 일명 대체투자 시장이 한겨울 날씨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들 대체투자는 20~30대 사이에서 새로운 재테크 방식으로 각광받았었다. 그런데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감소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맡으며 최근 그 열기가 빠르게 식는 모습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대체투자 시장이 이렇게 침체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주식,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 재테크의 틀을 깬 신개념 투자로 부각되며 시장 열기가 뜨거웠다. 증권가에서도 리셀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담긴 보고서가 쏟아졌다.

더 이상 웃돈 붙지 않는 명품
수많은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 탄생했고 이들은 하루가 멀게 다양한 방식의 대체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이렇게 출시된 상품에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며 일각에선 “이제 주식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소액으로도 짭짤한 부수익을 올릴 수 있어 자산이 많지 않은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리셀 시장이다. 특히 한정된 수량만을 생산하는 일명 ‘한정판 운동화’는 리셀 시장의 주력 상품이었다. 발매가가 20만원에 불과한 운동화 가격이 수백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예컨대 한정판 운동화의 경우 주로 추첨을 통해 구매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진행했는데 유명 연예인들과 협업한 제품들의 경우 발매일이 되면 추첨에 응모하는 해당 브랜드의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운동화에서 시작된 리셀 열풍은 점점 더 확산하며 명품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롤렉스 시계와 샤넬 가방의 인기 모델의 경우 매장가 보다 수백만원이 넘는 웃돈을 붙여 리셀 시장에서 거래됐었다. 상황이 이렇자 유명 백화점 앞에는 롤렉스와 샤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모두 공급은 적은데 찾는 수요는 많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이 여유자금이 두둑해진 가운데 쏠쏠한 제태크 수단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희소성 있는 제품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를테면 크림(네이버 손자회사)과 같은 한정판 운동화만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플랫폼이 등장한 것도 당시의 리셀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열기가 확 꺾인 모습이다.

근래 발매한 한정판 운동화들의 경우 정가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더 많다. 삼성동의 시계 매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도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롤렉스 시계 인기 모델의 리셀가도 이제는 거의 웃돈이 붙지 않는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 역시 “너무 많은 이들이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을 갖게 되면서 희소성이 크게 떨어져 더 이상 웃돈이 붙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조각투자와 NFT에 대한 열기도 확 수그러들었다.

우선 조각투자. 조각투자란 여러 명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조각처럼 쪼개 갖는 신종 투자 방식이다. 고가의 미술품·부동산·음악 저작권 등을 사들여 매달 배당금을 받고 추후에 가치가 오르면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다.

몰락의 길 걷는 NFT
단돈 1000원이라는 소액으로도 고가 상품의 소유권을 분할해 보유하고 거래를 통해 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신개념 투자로 주목받았다. 리셀과 마찬가지로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젊은 세대 중심으로 초기에 관심이 집중되다가 투자 성공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대중적인 투자로 확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상황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심리도 급속도로 냉각됐다. 많은 이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미술품과 같은 고가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가격하락을 초래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의 경우 지난해 3개 미술품에 대한 경·공매 매각 대금 정산을 시행한 결과 공모가격 대비 평균 30% 손실을 입었다. 이 중에는 유명 화가인 샤갈 작품도 있었는데 매입가는 27억5000만원이었지만 매각가는 이보다 낮은 21억1737만원이었다. 그림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조각투자의 경우 낮아진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한 이유로 지목된다.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카사’의 사례를 보자. 국내 첫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Kasa)’는 2021년 40억원 규모의 ‘서초 지웰타워’ 공모를 시작했다. 투자 시작 2시간 27분 만에 완판됐다. 당시 발행한 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DABS)은 총 80만 DABS였으며 1DABS당 가격은 5000원이었다.

최근 4년 만에 이를 매각한 결과 1DABS의 평균가는 5330원을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평균 6.6%의 수익률을 올렸으나 수수료와 제금 등을 제하고 나면 수익률은 절반가량 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은행 예금 금리가 치솟은 데다가 최근 호황인 주식시장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투자 실패’에 가깝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배경으로 꼽힌다.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유행처럼 발매됐던 수많은 NFT들의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가 암호화폐 추적 전문 사이트 코인게코(CoinGecko)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NFT의 2025년 12월 전체 가치 평가액이 25억 달러까지 주저앉았다고 보도했다. NFT의 가치 평가액은 2025년 1월 92억 달러였는데 이보다 무려 72%나 급감했다.

박스>> 제도화 앞둔 토큰증권(STO)
다만 조각투자 시장의 경우 일각에서는 향후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토큰증권(STO) 발행 법제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2025년 12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어서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산이다. 그간 조각투자 상품은 관련 플랫폼들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그 증권성과 적법 여부가 늘 논란이었다.

STO가 법제화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받아 거래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되면 전자증권으로 담기 어려웠던 부동산이나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실물 자산은 물론 콘텐츠 IP 같은 비정형 자산과 권리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한편 기업 입장에서도 기존 거래소 상장이 어려웠던 자산을 토큰화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제도화가 성공하면 조각투자 증권의 신뢰성과 거래 활성화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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