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일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 볼 일 없었다. 호남선 계룡 상행선과 벌곡 하행선을 맡은 우창실업은 1년 만에 운영권을 반납하고 손을 뗐다. 우창실업은 9억7400만원인 예정가의 80%를 밑도는 가격으로 낙찰받았지만 끝내 경영난을 이기지 못했다. 휴게소 73개를 민간에 맡겼는데 절반 이상이 적자를 봤다. 우창실업뿐만 아니라 다우물산 등 모두 7개 업체가 운영권을 반납했다.지금은 다를까. 1995년 옥산 휴게소부터 시작해 휴게소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대보유통의 휴게소 부문 영업이익률은 3~4%다. 편의점 CU로 유명한 BGF리테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회사 BGF휴먼넷으로 충남 서산 등 6개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데, 2025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물류회사 씨펙스로지스 포함)이 3.4%에 그쳤다.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회사들이 떼돈을 번다고 할 것도 없는데 휴게소 음식값은 왜 비싼 걸까. A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A회사는 2024년 30개 휴게소를 운영해 14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비는 식자재 등 매출원가가 74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인건비 부담도 크다. 휴게소는 24시간 영업이 기본이어서 인건비에 많은 돈이 든다. 눈에 띄는 항목은 임차료다. A회사가 2024년 휴게소 임차료로 낸 돈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차료는 매출에 비례해 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계약에는 초과이익공유제까지 적용된다. 매출 100억원까지는 10%, 100억원 초과분은 15% 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1만원짜리 돈가스를 팔 때 한국도로공사가 1400~1600원을 임차료로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한다.
휴게소 운영회사가 식당이나 커피숍 같은 입점업체로부터 40%가 넘는 수수료를 받아 간다고 하지만 그렇게 챙긴 돈이 결국 도로공사로 간다. 당기순이익이 968억원(연결 기준)인 도로공사가 200곳에 가까운 휴게소에서 한 해에 받는 임대료 수입이 1800억원에 이른다.
고속도로관리공단이 문을 닫은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제2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도로공사 퇴직 임원들의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대표적 비효율 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200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로운 고속도로관리공단은 다를 것인가. 임대료 문제를 외면한 휴게소 음식값은 낮추기도 어려울뿐더러 정부 조직만 더 키울 수 있다. 밥값 좀 아껴주겠다더니 더 비싼 청구서를 들이미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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