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세군도는 스페인어로 ‘두 번째’라는 뜻이다. 스탠더드오일(현 셰브런)이 캘리포니아에 세운 두 번째 정유공장이 들어선 곳이라는 의미가 지명으로 굳어졌다. 지난달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 시청에서 만난 크리스 피멘텔 시장은 “100년 전 모래언덕에서 석유를 정제하던 엔지니어들의 ‘하면 된다(can-do)’ 정신이 항공산업을 거쳐 오늘날 우주산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피멘텔 시장은 “우주 기업을 단순히 세수 확보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고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업 중심적 인식은 시정 전반에 반영돼 있다. 그가 정의하는 ‘혁신가를 위한 행정’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이다. 피멘텔 시장은 “레이더를 개발하는 혁신가는 시간의 95%를 제품 개발에, 나머지 5%만 명확한 행정 절차에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엘세군도는 공무원들이 기술적 이해를 갖추도록 교육하고 있다. 예컨대 추진 시스템을 설계할 때 시내에서 가능한 공정과 교외 사막에서 진행해야 하는 시험 단계를 공무용으로 우선 이해한 뒤 기업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피멘텔 시장은 “시는 규제를 앞세워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 같은 행정철학에는 피멘텔 시장의 개인적 배경도 작용했다. 공군 집안에서 자라 해병대 장교로 복무한 그는 군사 기술과 조직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특히 해병대 특유의 ‘결과 중심적’ 조직 문화를 시정에 접목했다. 그는 “일반 사무용으로 기획된 부지에 우주 기업 입주 수요가 급증하자 토지 이용 규정을 신속히 변경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의 협력 의지도 분명히 했다. 피멘텔 시장은 “선박·자동차·항공우주 분야에서 한국이 축적한 산업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나 기업이 미국 내 우주산업 거점을 모색한다면 엘세군도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엘세군도=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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