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를 넘어 다가올 10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대표 영역이 AI와 결합한 생명과학 분야다. 최근엔 구글 알파폴드를 넘어서는 AI 단백질 시뮬레이션 바이오에뮤를 공개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피터 리 소장(사장·사진)은 “10년 뒤 AI가 노벨상 수상에 걸맞은 신약 또는 신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MS의 이 같은 도전은 글로벌 AI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국의 야심을 상징하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지난해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입니까.
“(웃으며) 제 자녀 중 누가 제일 좋냐고 묻는 것 같네요. 지난해 8월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바이오에뮤라는 생물학 기반 AI 시뮬레이션 모델이죠.”
▷어떤 연구인가요.
“두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고, 결합하는지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는 모델입니다. 기존 실험보다 속도가 수백만 배 빠릅니다.”
▷AI가 기초과학 연구 속도를 높이겠네요.
“AI가 인간 언어를 학습하는 것도 놀랍지만 자연의 작동 방식을 똑같이 학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MS는 과학계를 대표하는 두 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 그리고 생물의학 분야 대표 저널인 셀에 논문 아홉 편을 발표했어요. 기업은 물론이고 어떤 연구기관과 비교해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사용자 AI 제품에서도 발전이 있었습니까.
“오토젠(AutoGen) 시스템을 개발한 걸 꼽을 수 있겠네요. AI에이전트들이 협력해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입니다. 수억 명에게 배포되고 있어요.”
▷AI에이전트가 최대 화두일 것 같습니다.
“AI에이전트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다른 AI에이전트와도 협업합니다. 직접 파일을 만들고 연구를 하는 등 실행 능력까지 있어요. 이 두 가지 역량이 결합돼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겁니다.”
▷어떤 분야가 유망합니까.
“스탠퍼드대 의료센터가 도입한 ‘헬스케어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라는 시스템이 흥미롭습니다. 스탠퍼드 의료센터는 매년 암환자 수천 명을 치료합니다. 이 중 4000여 명에게 실험적 치료법을 제공하는데, 이를 승인하기 위해서는 ‘암 전문가 회의’를 열어야 해요. 이 회의에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가 함께 참여합니다.”
▷오케스트레이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환자의 의료 기록에 접근해 영상을 분석합니다. 제안된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요. 암 치료 환경에서 동료 의사 역할을 하는 겁니다.”
▷반발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1950년대 중반에 그런 일이 있었죠. 과학계가 초음파를 의학 진단 도구로 사용하자고 제안하자 의학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초음파 검사가 의과대학 과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검사나 판독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AI가 전문직을 대체할까요.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로 대체됐습니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건 의료 방식의 엄청난 변화지만 현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첨단 지식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거고요.”
▷인간 노동자의 핵심 역할은 무엇입니까.
“AI를 개발하거나 모델을 훈련할 때 흔히 지시한 일과 의도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인턴을 관리하는 일과 비슷하죠. 미래에는 AI를 관리할 수도, AI에게 관리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협업과 대인관계 기술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죠.”
▷최근 AI 모델 개발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여전히 상당한 성능 향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구글 제미나이3 프로를 통해 또 한번 사전 훈련(데이터를 투입해 AI모델 아키텍처를 만드는 과정)의 도약을 볼 수 있었죠. 오픈AI나 앤스로픽 등에서 나올 차세대 모델도 또 한 번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향후 AI 모델 경쟁 구도는 어떻게 재편되겠습니까.
“다음 시대에는 극소수 초거대 사전훈련 모델이 등장할 거예요. 그와 동시에 소규모와 대규모 행동 모델을 혼합한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올해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기사를 이긴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금의 AI는 사람이 5분 정도 고심하며 해결해야 할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합니다. 바둑판을 보고 다음에 놓을 최선의 돌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는 것처럼요. 차세대 AI는 1시간에서 5시간, 다음 세대는 5일에서 5주 정도 걸리는 일을 할 겁니다.”
▷1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나 신약 발명을 AI가 할 수 있을 겁니다. 10년 정도 뒤엔 AI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과학적 진보를 달성할 것입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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