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자의 70%에게 매월 20만원(작년은 34만2510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제도를 도입한 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은 1999년에야 국민연금 보장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이 시기 은퇴한 고령자들은 별다른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아야 했다. 2014년 국민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30% 남짓이었고, 그나마 가입 기간이 짧아 급여액이 매우 낮았다. 같은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였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의 보완재에서 국가재정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기까지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로 노인 수가 급증했는데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2014년 652만명이었던 고령자 수는 2024년 994만명으로 늘었다.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자도 2014년 435만명에서 2018년 600만명, 2022년 700만명을 넘아섰다. 올해는 작년보다 77만명 늘어난 779만명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800만명을 넘길 공산이 크다. 2014년 20만원이었던 기초연금 지급액은 내년부터 40만원으로 늘어난다.
기초연금 수급자 수와 지급액이 모두 급증하면서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첫해 5조2000억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3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2050년에는 53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초연금에 투입한 예산은 21조8146억원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 연구개발(R&D) 예산(3조4000억원)의 6배에 달한다.
기여형 복지제도인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재원을 100% 세금으로 마련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역 세대가 짊어진다. 15~65세 생산가능인구 1명당 기초연금 부담액은 2025년 74만원에서 2025년 188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으면 20% 적게 지급하는 부부감액제도를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잘 사는 노인’이 늘어나는데도 기초연금 지급 기준은 ‘고령자 가운데 소득 기준 하위 70%’로 못 박혀 있다 보니 기초연금을 받는 소득 기준인 선정기준액은 기준 중위소득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 기준 중위소득이란 전국의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뜻한다. 2014년 56%였던 기준 중위소득 대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비율은 올해 93%까지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비율이 2028년 100%에 도달하고, 2030년 10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가정보다 소득 수준이 더 높은 노인들이 단지 고령자라는 이유로 연간 400만원이 넘는 기초연금을 받는 셈이다.
2025년 부부 기준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365만원이었지만 이는 각종 공제와 부채, 보유 주택 가격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월 745만 원, 연간 8940만 원의 소득이 있는 노부부도 기초연금을 받았다. 전문가들이 기초연금의 보장 범위를 ‘넓고 얕게’에서 ‘좁고 깊게’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KDI는 지급기준을 고령자의 70%에서 기준 중위소득의 100%로 변경한 뒤 단계적으로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2050년 재정지출액은 35조원으로 18조원, 생산가능인구 1인당 부담액도 141만원으로 47만원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