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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논란' 쿠팡 김범석 동일인 지정…공정위가 쉽게 결론 못 내는 이유

입력 2026-01-02 15:52   수정 2026-01-02 16:27


쿠팡의 동일인(총수) 지정 논란이 김범석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 이슈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이고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그간 동일인 지정을 피해왔지만, 김유석 씨가 쿠팡 한국 법인에서 부사장 직함을 사용하고 최근 4년간 약 140억원의 보수를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5월 기업집단 동일인 지정 시점을 앞두고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동일인 지정 예외요건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고 밝혔다.
쟁점은 '임원 재직 등' 예외요건의 해석
김 의장은 지난해 5월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할 당시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당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최고직위자, 지배적 영향력 행사자, 대내외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등 기준에 비춰보면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볼 실체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시행령이 정한 예외요건을 충족해 법인 동일인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상 동일인 예외요건은 △지배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을 것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 재직 등’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자연인·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을 것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법인 동일인 예외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두 번째 요건이다. 김유석 씨가 ‘임원 재직 등’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했는지 여부다. 김유석 부사장은 글로벌 물류 효율 개선 총괄 등 주요 보직을 맡고 있으며, 미국 본사 쿠팡Inc의 미등기 임원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최근 4년간 현금과 주식 보상을 합쳐 140억원을 웃도는 보수를 받았다.
법적 임원은 아니지만'실질 경영 참여'가 관건

임원의 의미를 회사법 기준으로 좁게 해석하면 등기이사 등 법적 임원으로 한정될 수 있다. 이 경우 김유석 씨는 법적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함과 보수 규모만으로 실질적인 경영 참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에서 명목상 직위보다 의사결정 관여 여부 등 실질적 지배력을 중시해 왔다.

김유석 씨가 특정 투자·사업 안건에 대해 최종 승인 권한을 행사했는지, 조직상 김범석 의장의 결재를 대체하거나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사례가 있는지, 계열사 간 주요 거래나 전략 변경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 등이 판단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쿠팡 조직원들이 김유석 씨를 얼마나 의미 있는 지위로 인식하고 있는지 등도 정성적인 요소로 평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존 판단 번복 땐 입증 부담·법적 다툼 불가피
동일인 지정 자체를 정면으로 다뤄 기준을 확립한 판례는 많지 않다. 다만 법원은 그동안 기업집단 지배력 판단과 같은 영역에서는 공정위의 사실인정과 재량을 비교적 폭넓게 존중해 온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공정위가 한 차례 공식 판단을 내린 사안을 다시 뒤집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명확한 근거가 요구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쿠팡이 동일인 지정 예외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결론을 번복하려면, 공정위가 부담해야 할 입증 책임은 한층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측의 반발 가능성도 변수다. 동일인 관련 처분은 행정처분에 해당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예외요건을 충족한다는 공정위의 기존 판단을 전제로 기업 경영이 이뤄져 온 만큼, 동일인을 전환할 경우 ‘신뢰보호 원칙 위반’을 이유로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규제 범위도 달라진다. 동일인과 그 특수관계인은 계열회사 현황이나 주식 보유 내역, 내부거래 관계 등을 지금보다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또 동일인과 친인척이 관여한 거래에 대해서는 사익편취 여부를 중심으로 공정위의 감시가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부당성이 인정될 경우 공정위 제재는 물론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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