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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 정보 보호 실패를 넘어 공정거래법적 관점에서 다시금 점검할 만한 중요한 쟁점을 던지고 있다. 지금껏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주로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의 영역에서 논의돼 왔으나 유출 당사자인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 또는 이에 준하는 경쟁상 우위를 보유한 경우 그 법적 평가는 공정거래법(또는 경쟁법)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정보 유출, 플랫폼 비즈니스 전체 질서 왜곡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 소비자는 개인 정보 제공을 대가로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얻고, 플랫폼은 이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한다. 문제는 이런 구조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그 피해가 개별 소비자의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의 경쟁 질서를 왜곡할 가능성까지 내포한다는 점이다.특히 쿠팡과 같은 대형 플랫폼은 사실상 거래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가 제한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정보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한 사고는 경쟁 사업자에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겐 '울며 겨자먹기식' 거래를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전통적으로 가격, 거래 조건, 배타적 거래 등 외형적 경쟁 제한 행위를 규율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쟁법의 흐름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플랫폼 신뢰 훼손과 같은 비가격 요소를 중요한 경쟁 변수로 인식하는 추세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사후 책임 회피 역시 소비자 선택 왜곡
이번 쿠팡 사태를 공정거래법적 관점에서 보면,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첫째, 시장지배적 지위 또는 이에 준하는 경쟁상 우위의 존재 여부다. 일반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할 땐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해당 시장에서의 거래 의존도, 대체 가능성, 진입 장벽의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과 이용 빈도, 특히 일상 소비재 영역에서의 반복적 이용 구조는 이런 판단 요소와 무관하지 않다.
둘째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다. 멤버십 구조, 빠른 배송 인프라, 적립금과 구독 혜택 등은 소비자의 전환 비용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그 혜택의 결과로 소비자가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나 거래 조건에 불만이 있더라도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면 이는 경쟁 제한적 효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셋째, 데이터 결합과 축적의 문제다. 대형 플랫폼은 구매 이력, 검색 기록, 결제 정보, 배송 정보 등 다층적인 데이터를 결합·분석해 경쟁 우위를 계속해서 강화한다. 이 같은 데이터 결합 구조하에서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면 데이터 기반 경쟁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데이터 결합을 통해 경쟁 우위를 누리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공정거래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피해 구제를 지연하는 행위 역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獨, 데이터 무단 활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규정
이런 문제의식은 우리나라에서만 논의되고 있는 게 아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경쟁 당국은 이미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를 경쟁법의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EU 집행위원회는 대형 디지털 플랫폼의 경쟁법 집행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방식이 소비자 선택과 경쟁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문제 삼아 왔다. 특히 플랫폼이 사실상 필수적 거래 상대방으로 기능하는 경우 개인정보 처리 조건이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가 규제 준수 문제를 넘어 경쟁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라는 인식에 기반한 접근이다.
독일 연방카르텔청의 사례는 더 직접적이다. 독일 경쟁 당국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다양한 서비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결합·활용한 행위를 문제 삼고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한 바 있다. 해당 사건에서의 핵심은 데이터 결합 그 자체보다 소비자가 이를 실질적으로 거부하거나 대안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였다. 즉, 개인 정보 보호와 경쟁 제한 효과를 하나의 문제로 연결해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해외 사례들은 개인 정보 보호가 경쟁법의 외곽이 아니라 그 핵심 영역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 정보 보호 역량, 의무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돼야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거래법의 교차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공정거래법은 더 이상 가격 담합이나 시장 분할만을 규율하는 법이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신뢰 인프라를 보호하는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개인 정보 보호 역량을 하나의 핵심 경쟁 요소로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개인 정보 보호 수준은 더 이상 부수적인 컴플라이언스 항목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과 신뢰를 좌우하는 본질적 거래 조건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기존과 같은 수준의 사후 제재나 형식적 의무만을 부과하는 건 데이터 중심 경쟁 환경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조치일 것이다.
시장지배적 대형 플랫폼에는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수준의 한층 강화된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개인 정보 처리 및 보안 투자에 관한 정보 공개,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실효적인 피해 구제 절차, 데이터 결합 및 활용 구조에 대한 설명 책임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논의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쟁의 전제 조건을 정비하자는 취지에 가깝다.
이런 접근은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나 응징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플랫폼 시장 전반에서 개인 정보 보호가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혁신과 신뢰가 양립하는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기술적 사고를 넘어 플랫폼 기업이 지배적 위치에서 부담해야 할 사회적·경쟁법적 책임을 다시 묻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이라면 그 신뢰를 훼손했을 때 감내해야 할 법적 평가는 개인정보보호법의 틀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경쟁 질서의 관점에서, 또 공정거래법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차분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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