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하고 잠잠해지면 또 입당하고…전형적인 수법 또 쓰네?"
새해 첫날, '공천 헌금 1억원' 수수 의혹을 받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선언 보도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다. 이후 민주당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예상한 듯 즉각적인 제명 조치에 나섰는데도, 대중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숱하게 보여준 '꼼수 탈·출당' 논란이 남긴 학습 효과 때문일 것이다.
강선우 의원은 지난 1일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당과 당원 여러분께 너무나도 많은 부담을 드렸고, 더는 드릴 수 없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제명했다. 이미 탈당해 제명 조치가 기능할 수 없는데도, 제명에 준하는 징계 사유가 있었다는 걸 기록해 훗날 복당 신청 시 사실상 제명이 되도록 하는 절차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후에 복당을 원하는 경우에 그것(징계사유)이 장부에 기록돼 있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은 제명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사실상 제명이 되도록 하는 그런 절차"라며 "이춘석 의원 사례와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춘석 의원의 자진 탈당 때도 다음날 제명 조치를 했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평소보다 단호한 조치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2023년 국회 상임위 회의와 인사청문회 진행 중 코인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돼 윤리감찰을 받게 된 김남국 의원은 감찰 진행 중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했고, 이후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복당하게 됐다. 민주당에는 징계를 피하기 위해 탈당하면 5년간 복당을 금지하는 당규가 있지만, 김남국 의원이 민주연합에 입당하고, 민주연합이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다시 민주당 소속이 될 수 있었다.
제명됐다가 복당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케이스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많다. 비례대표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제명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지적을 낳았던 것. 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김홍걸 의원은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0년 민주당에서 출당됐다. 그러던 김홍걸 의원은 재판에서 의원직 박탈을 면하고, 2023년 복당됐다. 마찬가지로 비례대표였던 양이원영 의원도 2021년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제명 조치됐다가, 무혐의 결론을 받고 같은 해 복당했다. 이에 당이 의원직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꼼수를 피웠다는 지적이 일었었다.
민주당 정치인의 꼼수 탈당이 논란이 될 때면 국민의힘은 "잠시 당적에서 벗어났다가 잠잠해지면 돌아오는 뻔뻔한 행태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논평을 낸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과연 비판에서 자유로울까? 송언석 의원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일 개표 상황실에서 자리가 없다는 당직자 정강이를 발로 차고 욕설하면서 빚어진 논란으로 약 일주일 만에 탈당했다. 하지만 두 달만인 6월에 복당을 신청했고, 8월에 당으로 돌아왔다. 박덕흠 의원도 2020년 가족 명의의 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공사 수주를 받은 의혹으로 탈당했다가 15개월 만에 복당했다.
정치권은 꼼수 복당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얼마나 따가운지 인지하고 있지만, 매번 논의는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일례로 2023년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2호 혁신안으로 '꼼수 탈당 방지책'을 내놨었다. 비위 의혹을 받는 인사가 당의 조사나 징계 절차가 시작되기 전 자진 탈당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였고, 유권자의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은, 같은 시기 당 지도부가 김홍걸 의원을 복당시키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강선우 의원 제명 소식을 접하고도 대중이 냉소하는 것은 이런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익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정치학 박사)는 "여야를 불문하고 의원의 탈당을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다루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탈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대중의 눈초리는 그간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가 쌓인 자업자득"이라며 "정치공학적 복당은 당의 철학이 없어 보이게 만든다. '잘못했으니 벌 받으라' 해놓고 번복해 다시 받아준다면 정당 정치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단, 김 교수는 강선우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제명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야당은 '면피용'이라고 비난할 순 있겠지만,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까지 지명되는 등 현 정부·여당의 백업을 받는 인물임에도, 평소보다 단호히 조치한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당을 향해 "이런 조치가 신뢰받으려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한 번 내린 조치는 번복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치적 득실에 따라 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관행을 고치는 것이 대중의 의심을 잠재울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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