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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하다 키우는 노인 우울증…두통·어지럼도 동반

입력 2026-01-02 17:52   수정 2026-01-02 23:41

새해가 되면 변화가 늘어난다. 시작에는 언제나 스트레스가 따른다. 대부분 이를 잘 관리해 삶의 동력으로 삼지만 부정적 변화나 충격이 과하면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젊은 층은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로 문제가 생기면 대개 병원을 찾는다. 노년층은 다르다. ‘의지의 문제’라고 여기다가 병을 키우는 일이 많다. 전문가들은 노년기에 이유 없는 신체 증상이 이어지면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이 생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장애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103만8888명이다.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었다. 2020년 77만1596명에서 5년 만에 35% 증가했다. 변기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과거 같은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면서도 “여전히 65세 이상에서 나타나는 정신 질환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정신 질환은 대부분 청장년기에 발병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노년기에 증상이 처음 생기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 자녀들이 독립하는 데다 사회적 관계도 하나둘 축소된다. 이 때문에 우울 증상이 있어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변화가 포착되기 어려워진다. 변 교수는 “노년기엔 다양한 신체 질환과 인지 저하가 동반돼 정신과적 증상이 가려지는 경우도 많다”며 “식욕이 떨어지고 기력이 없을 때 노화 등 신체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인식하기도 한다”고 했다.

우울증은 노년기 삶의 질을 가장 크게 저해하는 질환이다. 종일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고 다양한 활동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게 주요 증상이다. 체중이 갑자기 빠지거나 불어나고 수면 패턴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인 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 우울장애가 생길 위험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젊은 층은 우울증이 있을 때 우울감, 무기력, 죄책감이 주로 나타난다. 노년층은 두통,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허리통증 같은 신체 증상을 더 빈번하게 호소한다. 이런 증상은 일관되지 않은 데다 시간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은 더 늦어진다. 평생 근무한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배우자·친구의 사망 등은 노년기에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상실이 계속되면 무력감은 깊어진다. 우울 증상 탓에 인생 주기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더 심한 우울감이 생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년기에 흔한 치매도 환자 30~80%는 우울 증상을 동반한다. 노년기 우울 증상이 심하면 주의력과 집행 기능이 떨어져 치매 같은 인지 저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치매와 달리 우울증 탓에 생긴 인지 저하는 적절한 치료로 호전된다. 치매와 우울증을 잘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노인의 1~4%는 우울장애를 앓고 있다. 경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은 4~13%다. 전체 성인 중 경미한 우울증이 있는 비율이 7.8%인 것을 고려하면 우울증은 노년기에 더 흔하다.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국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6명이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에 이른다. 변 교수는 “노년기는 가장 우울하고, 동시에 가장 자살이 많은 세대”라며 “노년기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원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이 적극적으로 치료받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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