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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의 교실 그리고 경제학] '나'로 살아갈 수 있게 도우려면

입력 2026-01-02 17:09   수정 2026-01-03 00:08

지난해 11월 조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수능 감독관으로 고사장에 여러 번 나갔지만, 그때마다 매번 긴장한다. 12년, 아니 그 이상, 이날을 위해 달려온 학생들이 얼마나 초조할지 느껴져서다. 그날 조카가 시험 보던 고사장에선 한 학생이 쓰러졌다. 상태가 심각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에 실려 갔다. 쓰러진 학생 건강이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또 한편 당장 내 시험을 망쳐버려 속상한 마음에 쉬는 시간은 울음바다가 됐다. 조카는 재수를 생각한다고 한다. ‘좋은’ 입시학원은 시험이 있어 또 시험을 준비한다.
다 알지만 멈출 수 없는 '치킨게임'
제자들 얘기를 들어도 요즘 재수는 필수란다. 수능에서 n수생을 이기기 어렵다고. 그야말로 전쟁이 따로 없는 우리 입시. 우리나라 초·중·고교 사교육 시장 규모는 29조원을 넘는다. 유아와 재수 사교육 시장을 합하면 그 규모는 30조~33조원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전체 규모를 넘어서는 돈이 매년 입시를 위해 쓰이는 셈이다.

입시 경쟁이 과열됐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건 인공지능(AI)이 사람보다 훨씬 잘한다는 사실도 안다. 지금처럼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지식을 외우고, 문제 푸는 기술을 익히는 건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다.

교직에 들어온 지 20년이 넘었는데, 과열의 정도는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 고교 내신성적은 줄을 세워서 등급을 매겨야 하므로 문제가 점점 난해해진다. 고차원적 사고력을 요해서 어렵다기보단 치사하게 꼬아낸 문제가 많다. 학군지일수록 그 현상이 심하다. 미국인도 못 푸는 영문법, 역사학자도 알기 힘든 세부 사항을 묻는 한국사, 일부러 복잡한 계산을 넣은 수학 문제.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나도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려면 패턴을 외워야 한다.

역사책이 재밌어서 읽던 학생도 지나치게 세부적인 걸 묻는 문항에 역사가 싫어진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시험이 지나치게 정형화돼 있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진짜 능력’을 평가하지 못한다.
미래 겨냥한 진짜 능력 기르려면
과거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일을 배웠지만 이젠 스스로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그 시작은 호기심과 문제의 발견이다.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열심히 하다 보니 ‘축구화가 자꾸 풀려 불편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는 식으로 불편함 속에서 문제를 찾아낸다. 문제를 발견하려면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호기심이 생기려면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 부모가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의 스케줄을 짜고 관리하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의 주체적 결정을 경계하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대학 입시까지는 소위 ‘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터널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결정을 집-학교-학원이란 터널에서 명문대라는 하나의 빛만 보고 달리는 걸 방해하는 요인으로 판단해서다. 이렇게 자라면 성인이 돼서도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기 힘들어진다. 정답 찾는 시험공부에만 매몰되지 말자. ‘나’ 자신을 관찰해 원하는 걸 찾고, 생활의 불편함에서 문제를 발견하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적인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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