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에게 편안한 자세를 찾아보세요. 목과 허리의 긴장을 풀어보세요. 어떤가요? 가벼워지셨나요? 준비가 된 것 같군요. 읽는 사람인 당신을 떠올릴 준비말이에요. 그럼 시작해 볼게요.새해, 당신은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책. 그것은 당신이 아주 오랫동안 읽어온 책입니다. 그 안에는 세계의 비밀이 담겨 있어요. 당신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느리게 읽으며 작게 경탄합니다. 책을 읽는 모습을 스스로는 볼 수 없으니 제가 알려드릴게요. 당신의 눈은 빛나고 있습니다.
지하철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올 때 당신은 책에서 시선을 뗍니다. 늘 같아 보이지만 실은 매 순간 모습을 달리하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무릎 위에 놓인 책에는 책갈피가 끼워져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었나요? 깊은 애도의 문장들을 읽어가고 있었나요? 식물의 생장에 대해, 소멸한 별에 대해 읽고 있었나요? 도시의 풍경은 당신이 읽는 책의 책갈피가 되고, 잠시 짬을 내어 책을 읽는 지금은 오늘의 책갈피가 됩니다. 책갈피의 뜻을 한껏 넓혀볼까요. 이제부터 책갈피의 뜻은 잠시 멈춰 숨 고르기, 그리고 다시 여기부터.
지금 당신은 서점에서 작지만 큰 세계를 탐닉하고 있군요. 이상한 일이죠. 서점은 이렇게나 고요한데 책 사이를 걷다보면 소곤소곤 누군가 자꾸 말을 걸어요. 유난히 귀 기울이게 되는 목소리가 있어 당신은 그 책을 조심히 꺼내봅니다. 아, 그 책이군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책. 책을 품에 안고 서점을 나온 당신은 무언가 바뀌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세계가 조금 두터워졌다는 것을 짐작할지도 몰라요.
책더미 앞에서 어떤 책을 꺼낼지 고민하는 사람.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문장에 불을 밝히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문장에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 페이지에 담긴 아름다운 그림 앞에서 눈물이 고이는 사람. 책을 덮자 오히려 커다래진 질문에 어리둥절한 사람. 스스로에게서 멀어지면서도 자신의 가장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사람.
당신은 지금 책을 읽고 있어요.
이제 당신은 당신에게로 조금씩 돌아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개운합니다.
어떤가요? 그곳에서의 당신은 어땠나요? 답은 천천히 들려주세요.
임수지 소설가·아르떼 문학상 수상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