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업체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무역 장벽에도 2030년까지 내연차를 포함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3분의 1을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5%로 추정된다. UBS 전망대로라면 5년 내 중국 차의 시장점유율이 두 배가량 뛴다.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빈틈을 파고들며 중국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의미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차에선 미국, 일본, 유럽, 한국 자동차 메이커에 현격히 뒤진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상황이 다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기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광의의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63.7%에 달했다. 기업별로 보면 상위 10개사 중 BYD, 지리차, 상하이차, 창안차, 체리차 등 5곳이 중국 업체다.
이는 중국이 선진국과 게임이 안 되는 내연차 경쟁을 포기하고 과감히 전기차에 올인한 결과다. 중국 전기차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BYD가 지난해 4월 한국에 선보인 콤팩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는 상위 트림 기준 3300만원(보조금 제외)이다. 동급 모델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EV3’는 4000만원대다.
방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영향도 크다. 내수 시장에서 벌어지는 출혈 경쟁을 피해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태국, 브라질, 헝가리 등에 현지 생산 공장을 확보하기도 했다. 중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는 현재 20%인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올해는 해외시장 공략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전기차 업체의 해외 진출을 위해 외교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점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기술과 공급망, 정치적 관계를 선점하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 중국 전기차 업체는 최근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기차’라는 꼬리표를 떼고 인테리어와 자율주행 기능 등에 집중하면서 프리미엄 시장도 파고들고 있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화웨이의 프리미엄 세단 마에스트로 S800은 중국 본토에서 2145대 팔렸다. 중국 고급차 시장에서 포르쉐 파나메라, 벤츠 S클래스 등을 제치고 월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이 차량은 화웨이가 디자인·내부 전장 시스템을, 중국 장화이차가 생산을 맡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개별 국가의 시장 점유율 다툼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체 간 과열 경쟁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뒷받침해온 각종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데다 신차가 쏟아져 중국 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며 “각국의 (보호무역 등) 정책적 대응도 중국 전기차 업체의 시장 확대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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