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석유화학업계와 울산시에 따르면 산업부는 울산시가 제출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신청을 작년 9월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 반려했다. 울산시는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가 밀집한 남구 일대(미포산업단지)의 지난해 3분기 산업동향을 기반으로 신청서를 냈지만, 정부가 정한 ‘주된 산업’의 ‘현저한 악화’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국내 3대 석화단지는 저마다 구조개편안을 마련해 지난달 정부에 제출했다. 충남 대산은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와 LG화학이 짝을 이뤄 감산안을 내놓았다. 전남 여수에선 여천NCC가 3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과 중복 설비를 통합·조정하는 재편안을 제출했다. 울산은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3사 공동으로 다운스트림 제조시설 통합 및 NCC 중단 계획이 포함된 재편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석유화학업계는 정부가 요구한 ‘뼈를 깎는 자구책’을 실행에 옮기려면 적어도 다른 지역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여수, 대산은 각각 작년 5월과 8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2년간 지정돼 구조조정에 필요한 신규 설비 도입 지원금 등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업계 업황이 개선된 점이 악재가 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작년 3분기 각각 4004억원, 2292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이스라엘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등 외부 변수로 장부상 실적이 일시적으로 회복한 것”이라며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 등 구조적 요인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유가 아닌 석유화학 업계는 여전히 어렵다. 작년 3분기 울산 석유화학업체의 수출 실적이 약 50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55억달러) 대비 10% 줄어든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촉발한 NCC 업체의 위기는 다운스트림 업계로도 고스란히 퍼졌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회사의 캐시카우이던 테레프탈산(TPA) 설비를 접었고, 태광산업은 울산 2공장을 멈췄다. 정부 구조조정안에 따라 SK와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에틸렌 생산량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한 정성 평가 항목이 들어가는 것도 산업위기 지역으로 포함되는 데 걸림돌이 됐다. 울산 지역 제조업 중 석유화학 종사자 비중은 작년 3분기 기준 16%로, 석유화학 비중이 90% 이상인 여수·대산보다 크게 낮다.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산업이나 미·중 공급망 갈등 속에 기회를 잡은 고려아연의 선전이 석유화학 불황의 심각성을 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인력 감축, 사업 철수 사례 등을 모아 상반기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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