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4309.63)를 새로 쓴 날이었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만난 기업인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선전 기대가 반영된 결과일 뿐 저성장과 고환율, 글로벌 관세전쟁 등 한국 경제를 괴롭히는 ‘복합 위기’는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에서 “2026년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며 “자본과 인재가 빠져나가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리소스(자원)를 모으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이 내놓은 현실적인 대안은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이었다. “인공지능(AI) 붐이 부른 경제 대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선 낡은 규제는 버리고 민간 역동성을 살릴 수 있도록 성장에 모든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야 한다”(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해 모든 이야기의 초점을 성장에 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며 “익숙한 과거 방식보단 낯설지만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발(發) 대전환’에 국내 기업이 동참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과거에 묶여 있는 일부 법제도와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은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류진 회장은 혁신을 통해 K인더스트리 시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AI 등 신성장 분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 질서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와 힘을 합쳐 미래 전략 로드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은 “작년 글로벌 통상 환경이 극도로 어려웠는데도 한국 수출은 사상 최초로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며 “새해엔 지난해의 수출 성과가 마중물이 돼 우리 경제가 더 큰 도약을 이뤄내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이슈화하고 있는 지역 균형 발전 문제도 참석자 사이에 얘기가 나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기업을 동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경기 용인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지역 발전도 (기업이) 성장할 유인체계를 만들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600조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단지를 짓고 있다. SK는 산단 조성 공정률이 70.6%에 달해 새만금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우섭/황정수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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