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26년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핵심 변수로 인공지능(AI)을 지목하며, AI가 성장과 고용의 전통적 관계를 바꾸고 있을 가능성을 강조했다.
폴슨 총재는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 전미경제학회(AFA) 연차총회에서 “강한 성장과 둔화하는 노동시장이라는 상충한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그 배경 중 하나로 AI에 따른 생산성 구조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기대보다 높게 나온 반면, 고용 증가세는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 괴리가 단순한 경기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AI와 규제 완화가 결합한 생산성 상승 국면의 초기 단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I 투자의 초기 단계는 데이터센터 등 노동집약도가 낮은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성장은 빠르지만,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폴슨 총재는 AI가 경제 전반에 완전히 내재화될 경우, 과거와 달리 고성장과 저고용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봤다.
폴슨은 이런 변화가 통화정책 당국에 특히 어려운 도전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은 경기적 수요 둔화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AI로 인한 노동수요의 구조적 변화에는 직접적인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실시간으로 성장의 원인이 경기적인지, 아니면 생산성·AI 같은 구조적 요인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장률이 추세를 웃돈다고 해서 곧바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그것이 생산성 덕분인지도 즉각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폴슨은 특히 청년층과 저숙련(entry-level) 일자리 증가 둔화를 중요한 관찰 지점으로 꼽았다. 이 현상은 과거에는 경기 둔화의 전조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동시에 AI에 가장 취약한 직무군이기도 하다. 즉, 현재의 고용 둔화가 경기 순환의 결과인지, 아니면 AI가 노동 수요 구조를 바꾸고 있는 신호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폴슨은 만약 AI 중심의 생산성 붐이 현실화한다면, 무엇이 성장을 이끌고 있는지 확실히 알기 훨씬 전부터 높은 경제 성장률이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당국은 경제 성장률만 보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성 향상이 원인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IT 투자 붐 당시를 언급하며,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 신뢰를 바탕으로 성급한 긴축을 피한 것이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평가했다. AI 역시 유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폴슨은 앞으로 통화정책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AI가 노동시장, 생산성,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AI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경기적 요인인지 구조적 요인인지에 따라, 통화정책의 적절한 대응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폴슨 총재는 “올해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고, 노동시장이 안정되며 성장률이 2% 언저리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연내 완만한 추가 기준금리 조정(인하)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폴슨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다.다만, 폴슨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가 노동수요 둔화보다 더 큰 상황이라며 노동시장에 위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12월까지 Fed의 3연속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선 “여전히 약간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며 “과거와 현재 통화정책의 제한성이 인플레이션을 Fed 목표치인 2%로 완전히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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