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여 년간 액션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과 단역으로 활약해 온 원로 배우 김영인(金營仁)씨가 4일 오전 6시55분께 별세했다. 향년 만 82세.
1943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상고와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하키와 럭비, 권투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으며, 대학 재학 중 무술에 심취한 것을 계기로 충무로에 입문했다.
김영인은 1961년 김기덕(1934∼2017) 감독의 영화 '5인의 해병'에서 주연 배우들의 액션 장면을 대신하며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한국 영화 역사상 초기 스턴트 연기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고, '날으는 배우'라는 별명도 얻었다.
영화사 연구자 공영민씨는 2019년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구술자(고인)가 한국 영화 역사상 '거의 최초'의 스턴트맨으로 활약한 '5인의 해병'에서 주인공 5인의 액션 연기는 지금 보면 단순한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그 시기 전쟁 액션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본적인 액션의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인의 공식 영화 데뷔작은 1966년 김기덕 감독의 '불타는 청춘'이다. 이후 '어명'(1967), '실록 김두한'(1974), '동백꽃 신사'(1979) 등 수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등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약 400∼500편에 이르는 액션 영화에 출연한 그는 200여 편 이상에서 청룽(成龍), 이대근, 김희라 등 당대 액션 스타들의 액션 안무를 지도하기도 했다. 본인은 '실록 김두한'의 박치기 대장 성팔 역과 '동백꽃 신사'의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류승완 감독은 저서 '류승완의 본색'에서 "'오사까 대부'(1986)에서 이대근 아저씨와 마지막에 시공간을 초월하며 대결을 벌이던 김영인 아저씨의 모습은 정말 근사했다. 그리고 이들은 정말 끝까지 싸운다"고 회고했다.
김영인은 2006년 제43회 대종상영화제에서 특별연기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TV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혀 1989년 KBS 드라마 '무풍지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기도 했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상임이사도 지냈다.
고인은 한국영상자료원 구술 인터뷰에서 한국 액션 영화 특유의 장면 연출에 대해 "'으아아악!' 하고 그냥 몇바퀴 돌아가서 그런 척을 했다가 쓰러져선 그냥 죽어야 될 텐데 안 죽고 풀 있는 거 풀 다 뽑구선 일어났다가 죽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배우 김영인(1952년생)과는 동명이인이다.
유족으로는 1남 1녀 김화섭·김원섭(에스업플랜 대표·전 동아사이언스 교육기획연구소장)씨와 사위 신종규씨, 며느리 원혜정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7시40분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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