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인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10주년이다. 인도는 14억 명의 인구,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 구조를 지닌 대국이다. 또한 제조 인프라 수요와 중산층 소비가 동시에 폭발하는 희소한 시장이다. 지난 10년간 양국 관계는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굳건해졌다. 현대자동차, 삼성 등 대기업을 필두로 5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인도에 진출해 현지 제조와 인프라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하지만 인도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디지털 전환이다. 인도 정부는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을 통해 경제 전반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핀테크와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이 있다. 변화의 핵심 증거는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의 성공이다. 인도 국립결제공사(NPCI)에 따르면 2023~2024 회계연도 기준 UPI 거래 건수는 무려 1310억 건으로, 전년보다 약 57% 급증했다. 디지털 결제의 폭발적 증가는 인도 경제 활동이 오프라인 현금 중심에서 온라인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금융 시장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경제에 이어 인도 정부의 다음 승부처는 인공지능(AI)이다. 인도는 최근 ‘인디아 AI(India AI) 미션’을 승인하며 국가 차원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향후 5년간 1037억루피(약 1조7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컴퓨팅 인프라 구축, 스타트업 육성, 공공 서비스 AI 도입을 추진한다. ‘Making AI in India, Making AI work for India’라는 슬로건 아래 자국의 풍부한 소프트웨어 인재와 데이터를 결합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공장을 짓고, 인도는 시장을 제공한다’는 전통적인 제조 중심의 교역 구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인도의 디지털 인프라와 AI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지금,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잠재력을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 제조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다가는 정작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
이제 한국 기업은 인도의 디지털 경제와 AI 생태계 깊숙이 침투해야 한다. 한국이 지닌 강력한 정보기술(IT)·플랫폼 기술력과 인도의 방대한 데이터·AI 수요를 결합해야 할 때다. 인도의 디지털 결제 인프라(UPI)와 연동된 핀테크 서비스, 인도 AI 인프라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솔루션 등 새로운 협력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지금 인도의 디지털 대전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하면 인도는 우리에게 ‘거대한 시장’이 아니라 경쟁국 기업들의 ‘성장 무대’로 남게 될 것이다. 양국 관계의 미래 경쟁력은 이제 제조를 넘어 디지털과 AI를 얼마나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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