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미국경제학회(AEA) 첫날인 3일(현지시간) 학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인공지능(AI)이었다. 최근 몇 년간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이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이 주된 주제였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황금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AI 세션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2~3개에 그쳤던 AI 세션이 올해는 총 20개 가까이 급증했다.참석자들은 특히 AI의 생산성 이슈에 집중했다. AEA 주요 주제가 거시경제 중심에서 AI 혁신에 따른 경제 영향 연구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피터 매크로리 앤스로픽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AI 모델 역량이 경제 전반에 확산할 경우 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약 1.8%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연간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 수준임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생산성을 올리는 셈이다.매크로리는 앤스로픽 AI 모델인 클로드와 실제 사용자 사이의 대화 10만 건을 연구한 결과 이처럼 나왔다고 밝혔다. 클로드는 일반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평균 시간을 약 80% 단축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가 전문직·사무직 업무에서 나타내는 시간 절감, 품질 개선, 오류 감소 효과를 근거로 들었다. 매크로리는 특히 고객 응대, 문서 작성, 코딩, 데이터 분석, 연구 보조 등에서 관측된 생산성 개선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미시적 효과를 경제 전체로 확장하면 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과거 평균을 크게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 리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AI가 생산성과 임금,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직선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J커브’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AI 도입 초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단기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생산성과 성과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리 교수는 “AI가 처음 조직에 도입되는 단계에서는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조직이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설계와 역할 분담, 의사 결정 구조가 기존 체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AI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전환점은 인간의 경험과 직관, 노하우가 ‘노동 데이터’로 축적되고 공유되기 시작할 때라고 짚었다. 리 교수는 “이 과정에서 신규 인력이나 저숙련 노동자도 빠르게 숙련도를 높일 수 있고, 조직 전반의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한다”며 “이 지점에서 AI 도입 효과가 J커브의 상승 구간에 진입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시먼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 교수는 생성형 AI에 따른 일자리 변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인 업워크의 데이터를 활용해 챗GPT가 출시되기 전(2022년 11~12월)과 이후를 비교했다.그가 기존에 활동하던 프리랜서들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추적한 결과 글쓰기 분야 프리랜서 비중은 챗GPT 출현 이후 약 1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감소가 곧바로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시먼스 교수는 “글쓰기 일을 줄이거나 그만둔 프리랜서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분야로 이동했다”며 “예를 들어 마케팅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프리랜서는 단순 글 작성 대신 마케팅 전략 보조, 캠페인 기획 지원 업무로 옮겨갔다”고 했다. 그는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단순한 프레임을 경계해야 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실제 데이터는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노동시장이 상당한 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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