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냅니다. 아이들이 뒤처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인데, 경쟁이 너무 이른 시점에 시작되는 겁니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사진)는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의 과도한 사교육 경쟁과 저출생 문제의 연관성을 묻는 말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설명하는 와중에 ‘hakwon(학원)’이라고 정확히 발음했다.
2000년 계량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헤크먼 교수는 조기교육, 아동발달을 핵심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교육을 ‘복지’가 아니라 ‘인적 자본에 대한 경제적 투자’로 재정의해 소득, 생산성, 범죄, 건강, 불평등을 좌우하는 경제적 변수로 삼는다.
헤크먼 교수는 이날 한국 조기 경쟁 교육의 강도를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이 이른 시점부터 시작되다 보니 부모는 아이가 출발선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을 가지고, 그 불안이 학원에 보내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0.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헤크먼 교수는 학원이 늘어나는 현상을 개별 가정의 선택으로 보지 않았다. 이른 경쟁과 성과 압박이 빚어낸 구조적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는 가정에 큰 부담을 준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부모가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배우도록 돕는 대신 학습을 ‘외주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헤크먼 교수는 “경쟁에는 분명 좋은 측면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쟁이 시험 점수와 학업 성취로만 수렴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학습을 지나치게 좁게 정의한다고 봤다. 읽기, 쓰기, 수학, 시험 성적 같은 측정 가능한 결과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아이의 발달에 중요한 요소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크먼 교수는 “시험 점수 중심 교육은 ‘키스 오브 데스(kiss of death)’”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정적인 실패나 몰락을 가져오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헤크먼 교수는 인공지능(AI)이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이의 생각을 대신하거나 숙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사용될 경우 오히려 해롭다고 경고했다. 학습의 핵심은 반복과 실패, 그리고 실패 이후의 상호작용인데, AI가 이를 건너뛰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필라델피아=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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