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직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상사에게 밝힌 것은 사직에 해당하며, 이후 회사가 업무 인수인계까지 진행했다면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뒤늦게 개인 사정을 이유로 회사가 수리한 사직을 번복할 수 없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직속 상사인 부사장이 그룹 계열사 사이의 이직 진행 상황을 묻자 A씨는 "지난주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1월부터 C사로 합류한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에 회사는 즉각 후임자를 승진시키고, 조직을 개편하고 인수인계 회의를 열었다. A씨 본인 역시 팀원들에게 이직 사실을 알리고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11월 29일 돌연 상황이 반전됐다. A씨가 "개인 건강과 가족 문제로 깊은 고민 끝에 이직을 재고하기로 했다"며 현 직장인 B사에 잔류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A씨는 12월 초 C사와의 계약을 철회했고, B사에도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C사가 재차 의사가 철회되는 거냐고 되물었지만 A씨는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B사의 반응은 싸늘했다.
회사는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4개월분 임금 지급을 조건으로 권고사직을 제안했지만 A씨가 거절하자 결국 "이미 사직이 수리됐으므로 근로관계는 종료되었다"며 퇴사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이어 "업무인수인계 절차도 (상급자들에 대한) 보고 등을 거쳐 실시돼 회사가 사직의사를 유효하게 수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회사가 내가 계속 일하게 하는 등 사직의사 철회에 동의했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재판부는 "A는 마치 계속 근무할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나 그러한 일이 발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본사 임원들의 내부 이메일과 내부적으로 후임 물색과 인수인계가 진행된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사직 철회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이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직 의사 표시'의 법적 무게감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많은 직장인이 더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으면 구두로 먼저 이직을 알리고 나중에 상황에 따라 이를 번복하기도 하지만, 법원은 이를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해약 고지'로 본 것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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