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 원화가 달러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면서 원화가치가 3년 내 상승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로고프 교수는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2026 연차총회에 참석해 발표한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화는 실질가치 측면에서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면서 "향후 2~3년 내에 절상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환율 변화에 관해 조사하면서 원화가 '매우 저평가된 통화'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달러는 고평가되어 있고, 원화는 저평가되어 있지만 달러 고평가보다 원화 저평가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면서 "경험칙상 저평가분의 절반은 3년 내에 (시간을 두고)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환율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구매력이 (적정 수준에서) 벗어났을 때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통화정책과 화폐 가치 분야의 전문가로서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달러에 미칠 영향이 "복합적"이라면서도 주로 부정적인 점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관세가 달러의 거래 가치를 떨어뜨리는 점, 법치주의가 약화되는 점, 미국 중앙은행(Fed)의 독립성 훼손 논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적대적 정책 등이 달러 패권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는 또 스테이블 코인을 육성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마치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이전의 자유 은행 시대"와 같은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민간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액면가에서 할인돼 거래됐다면서 그는 정부의 지급 보증이 없는 스테이블코인도 뱅크런 위험과 가치 등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주장이 과장됐다면서 "오히려 탈세와 불법금융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장려하는 '지니어스' 법안과 같은 과도한 규제 완화 법안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 "나중에 고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 정책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부패'를 지목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큰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정부의 스캔들을 훨씬 능가하는 이해상충과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런 변화를 통틀어 '부정적 구조개혁'이라고 지칭했다. 긍정적 구조개혁은 장기간의 긍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당장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항에 직면한다는 반면, 부정적 구조개혁은 "장기간의 부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당장 경제를 폭파시키지 않는다(비용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빗댄 표현이다. 법치와 제도적 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은 달러의 미래에도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로고프 교수는 또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상황에 관해 "정치가 변하면서 우리는 세계 경제의 변곡점, 완전한 전환점(turning point)에 서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했던 '해방의 날'이 보여준 것은 "관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필라델피아=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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