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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각계, 故 안성기 '추모 물결'

입력 2026-01-05 13:22   수정 2026-01-05 13:23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 영화사와 궤를 함께해 온 원로 배우의 별세 소식에 영화계 안팎에서 깊은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5일 공식 계정을 통해 "우리에게는 인자한 미소의 '국민배우'였고, 전 세계 어린이에게는 든든한 '희망의 버팀목'이었던 안성기 친선대사님.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 같은 애정으로 어린이 곁을 지켜주신 안성기 친선대사가 이제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글을 올리며 고인을 기렸다.

이어 유니세프 측은 "안성기 친선대사는 배우로서의 삶과 더불어 어린이를 보호하는 데에도 평생을 헌신하셨고, 그 삶의 태도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큰 본보기가 되어주셨다"며 "전 세계 어린이를 향한 깊은 사랑으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해주신 안성기 친선대사님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친선대사님과 동행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배철수는 인스타그램에 생전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만나면 늘 환하게 웃어 주시던 안성기 형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사진 속 안성기의 온화한 미소가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시언은 "어릴 적 선생님의 연기를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항상 존경합니다"라며 "안성기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한 장면을 함께 올렸다.

윤종신도 "오랫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말 좋아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신현준은 "사랑합니다. 선배님"이라며 "임권택 감독님의 '태백산맥'에서 김범우 역의 안성기 선배님 제자로 함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다. 사랑합니다. 선배님"이라고 했다.

안유성 셰프 역시 고인과 함께한 사진을 공개하며 "지금의 따뜻한 미소처럼 가슴에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영화 '라디오스타'를 함께 만든 이준익 감독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입이 열 개라도 말을 아껴야 할 분이라 더 안타깝다"며 "그분을 뵐 때마다 진심이 느껴졌고, 그것을 말로 옮기기가 참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기뿐 아니라 동료와 후배들에게 나눠준 마음이 지금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57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안성기는 이후 약 70년에 걸쳐 한결같이 배우의 길을 걸었다. 어린 시절에만 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성인 배우로 활동하며 남긴 영화 역시 100편을 훌쩍 넘는다. 반세기를 훨씬 웃도는 세월 동안 그는 스크린을 떠나지 않으며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얼굴 중 하나로 남았다.

고인은 임권택·이장호·배창호 감독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호흡을 맞추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배우로 평가된다. '고래사냥'(1984)을 비롯해 정의로운 인물부터 냉혹한 캐릭터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연기의 외연을 확장했다. 영화계 세대 변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중심을 지켰고, 따뜻하고 겸손한 태도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일찍부터 연기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1959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10대의 반항'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한국 상업영화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강우석 감독과 함께한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투캅스'(1993)는 당대 흥행작으로 꼽힌다. 특히 '투캅스'를 계기로 박중훈과 호흡을 맞춘 그는 흥행을 보증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고, 이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라디오스타'(2006)까지 인연을 이어갔다.

임권택 감독과는 '태백산맥'(1994)을 통해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헤어드레서'(1995), '영원한 제국'(1995), '박봉곤 가출사건'(1996), '퇴마록'(1998), '미술관 옆 동물원'(1998) 등 1990년대 한국 영화 흐름을 상징하는 작품들에서 연이어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0년대에도 '무사'(2001), '취화선'(2002),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을 거쳐 다시 강우석 감독과 손잡은 '실미도'(2003)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커리어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이후에도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 '형사 DUELIST'(2005), '한반도'(2006), '화려한 휴가'(2007) 등 시대성과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다.

2010년대 이후에도 그는 스크린을 지켰다. 정지영 감독과 다시 만난 '부러진 화살'(2012)을 시작으로 '신의 한 수'(2014), '사냥'(2016), '사자'(2019)에 출연했다.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2022), '노량: 죽음의 바다'(2023)에서도 노장 배우로서 무게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2019년 혈액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이후 활동은 줄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끝까지 꺼지지 않았다. 그는 2022년 제58회 대종상영화제 공로상 수상 당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래오래 영화배우로 살면서 늙지 않을 줄 알았고, 나이를 잊고 살았는데 최근 들어 시간과 나이는 멈출 수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새로운 영화로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려 쓰러진 뒤 의식 불명의 상태로 치료를 받다 6일 만에 사망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오소영 씨와 아들 다빈·필립 씨가 있다.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신영균 원로배우가 명예위원장을 맡고,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과 배창호 감독, 신언식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발인은 9일 오전 6시이며,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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