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한 기업들이 매년 수십억 원에 이르는 ‘불필요한 인증 비용’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행정 절차가 반년 가까이 지연되면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설비 확인’ 절차가 수개월씩 밀리면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설비 확인은 “이 발전소가 재생에너지 설비가 맞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절차로, 이를 거쳐야만 재생에너지 사용 증명서인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가 발급된다. 과거에는 두달 안에 끝났던 절차가 최근에는 반년 가까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행정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RE100 달성을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사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달한다. 글로벌 RE100 기준에 따르면, 기업이 ‘최초 구매자(Original off-taker)’ 지위를 유지하려면 발전소가 처음 가동된 날부터 실제로 PPA 전기 공급이 시작되기 전까지 생산된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모두 REC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설비 확인 지연을 이유로 PPA 개시일이 연쇄적으로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 기업들은 원하는 시점에 PPA가 제대로 개시되지 않는 탓에 다른 RE100 이행수단으로 불가피하게 현물시장 REC를 조달하고 있다. 결국 행정 지연이 기업의 추가 비용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실제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PPA 대신, 20~25%가량 비싼 가격에 REC를 사들이고 있다.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85원 수준이고,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REC가 kWh당 75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대략 260원을 부담하고 있다. 반면 PPA 가격은 kWh당 200원대 초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원래라면 PPA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재생에너지 사용분을, 행정 절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더 비싼 현물시장에서 수십억 원어치 REC를 따로 사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올해에는 관련 비용이 100억 원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걸림돌이 발전량 부족이 아니라, 인증과 행정 절차가 시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직접 PPA 기준 누적 계약 건수는 2025년 9월 기준 65건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36건이 2025년 1~9월 사이에 집중됐다. 반면 재생에너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정원은 최근 4년간 750명 안팎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설비 확인이 완료되면 과거에 생산된 전력에 대해서도 REC를 소급 발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요 기업들은 회계년도 안에 REC 기준량을 채워야 RE100 실적으로 인정받는 만큼, 소급 발급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현물시장 REC를 살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에너지공단의 재생에너지 홍보 예산도 삭감된 뒤 복원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홍보 예산은 2023년까지 8~9억 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4년부터 전액 삭제됐고, 전기절약 홍보 예산 역시 2025년까지 15~20억 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후 삭제됐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산 기조에 맞춰 재생에너지 국민 인식 제고 등을 위해서는 올해 상반기 안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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